부시, 심상찮은 북한인권 행보

부시 미 행정부의 북한인권 행보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종전에는 인도적 차원의 거론 수준이었으나 점차 압박 수준으로 그 강도가 세지는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특히 10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던 조지 부시 대통령이 회담 사흘 뒤인 지난 13일 탈북자 출신의 조선일보 기자인 강철환씨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북한 인권상황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을 두고 이런 저런 뒷말이 많다.

이 가운데에는 한미정상회담의 메시지를 받고 6자회담 복귀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북한에게 복귀 거부의 또 다른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닷새가 지났는데도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다.

북한은 그동안 자국의 인권문제와 관련,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을 고발한다는 ‘평양의 수족관’을 저술한 강씨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미 행정부가 부시 대통령-강씨 만남을 연출하고 그 면담 사진을 세계 주요언론에 배포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도 벌인 것을 보면 뭔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가급적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말을 아껴왔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이에 가세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16일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차관보와 회동을 갖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침묵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북미간 (관계) 정상화에 있어 북한 인권문제가 의제가 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언급한 것이다.

원론적 수준의 발언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6자회담이 재개돼 그 틀에서 북미 양자접촉이 이뤄지면 북한 인권를 제기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반발을 살 만한 대목이다.

6자회담 재개와 재개시 실질적인 진전 방안 논의에 주력하면서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행보를 보여온 그가 그 같은 언급을 한 까닭은 뭘까.

힐 차관보는 분쟁해결 전문가로 미국이 주도한 보스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의 경계선 획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력이 있는 협상의 달인이라는 점에서 6자회담이 열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기로에서 ‘허튼’ 소리를 할 리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부시 대통령의 강씨 면담과 힐 차관보의 북한 인권발언을 통해 미 행정부가 북한을 향해 ‘양날의 칼’을 분명하게 비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재확인하고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궁극적으로 북미수교를 뜻하는 ‘보다 정상적인 관계’(more normal relations)로 가겠다는 의지를 전한 게 긍정의 칼날이라면, 최근 미 행정부의 인권 행보는 북한이 끝내 6자회담에 거부할 경우의 ‘다른 수단’의 첫 단계를 암시하는 다른 쪽의 칼날이라는 것.

부시 행정부내에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대북 강경세력이외에 온건파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는 점도 북한의 복귀가 지연되면 될수록 인권을 중심으로 한 대북 압박책 논의의 목소리가 커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미 행정부는 작년 10월에 북한 인권법이 발효됐지만 아직 그에 따른 대북 인권담당 특사 임명을 늦추고 있다. 북핵문제가 6자회담을 통해 실마리를 찾도록 한다는 의도에서다.

미 의회도 특정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쿠바, 이란, 미얀마, 벨로루시, 짐바브웨 등을 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민주주의 증진법안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6자회담 공전 1주년을 넘기는 다음 달에는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법안은 민주화 촉진을 벌이게 될 민간단체 및 개인들에게 2006년과 2007년에만 총 2억5천만달러(약 2천500억원)를 지원토록 하고 있어 그 폭발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미 북한이 늦어도 심리적인 마지노선까지 6자회담 복귀의지를 밝히지 않을 경우 인권문제가 북핵문제와 ‘화학반응’할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북핵문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며칠도 되지 않아 북한인권 문제가 집중 거론되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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