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북핵 先외교 後추가제재 가닥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답보상태에 빠진 북한 핵폐기 문제와 관련해 27일 향후 미국의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해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이후 합동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북핵문제는 외교를 통해 해결하는게 최상책이라고 믿는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추가 제재를 가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북한이 BDA(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동결계좌 송금 문제를 이유로 2.13 합의 사항을 시한내 이행하지 않았지만 당분간 인내를 갖고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에게 핵폐기에 나설 시간적 여유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외교적 해법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핵폐기 이행을 차일피일 미룰 경우 추가 제재 카드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결국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유도를 위해 외교와 압박, 강온 양면책을 적절히 구사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 부시, 추가제재 의지-역량있나 = 부시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북한을 자극하는 용어는 극히 삼가했다.

한때 ‘폭군’으로 불렀던 김 위원장에 대해 ‘북한 지도자’로 표현했고,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부시는 회견에서 “북한 지도자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게 어려운 문제”라면서 “하지만 외교는 미국의 첫번째 선택”이라며 평화적 해법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런 외교적 해법만 모색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만약 북한 지도자가 2.13 합의를 존중하지 않고 BDA 문제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우리는 추가 제재를 가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이 2.13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무한정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북한 지도자가 알아야 하며 북한의 의무불이행(obstinate)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했다.

부시는 이를 위해 “일본 등 우방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으며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기 위한 적절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최악의 경우에 대비, 일본과 호주 등 우방과 협력, 북한 무기의 해상 이동 차단을 위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나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BDA 자금을 모두 해제한 상황에서 북한을 압박한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 표명이 ‘공포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2.13 이행을 위한 압박용이라는 것이다.

◇ 美, 언제까지 인내할까 = 부시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시간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수일, 수주일, 또는 몇개월이 될 수도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부시 대통령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노”라고만 답했다.

이는 2.13 베이징 합의 이행시한을 북한이 어겼다 해서 당장 북한에 경제제재나 압박을 가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인내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해, 북한의 적극적인 행동을 무작정 기다리지 만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김 위원장에게 계속 핵폐기 약속을 어길 경우 또다른 제재를 추진하는 등 대북 압박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 아베, 부시와 미묘한 시각차 = 이날 회견에 임한 아베 총리의 입장은 부시 대통령의 그것과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아베는 먼저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핵포기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를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해야 대북 지원 등 북핵 문제에도 협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동시행동 원칙인 셈이다.

실제 아베는 “우리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눈에는 눈(eye-to-eye)’ 방식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식량이나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는 거듭 “북한이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미일이 한층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일본이 요구해온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유지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