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북한 민주화 언급 왜 했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7일 북한의 민주주의와 북한주민들의 자유화를 또다시 언급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일정의 하나로 열린 `재계 정상회의’ 연설에 앞서 배포한 연설문에서 “우리는 북한 주민들이 주변 민주국가들의 국민들과 같은 자유를 향유하는 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북한 관련 언급은 짧았지만 내포한 의미는 적지않아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유가 이(아.태)지역을 바꿔 놓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아 있다”면서 북한의 사례를 제일 먼저 언급했다. 그 만큼 북한 민주화 문제가 중요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6월 독일에서 열린 G-8정상회담에 참가하기 전 체코 프라하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북한을 최악의 독재국가라고 지칭했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핵 6자회담 및 북미 관계 정상화가 진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제기돼 눈길을 끈다.

부시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 연합뉴스를 비롯한 아.태지역 국가 대표 언론들과 가진 그룹인터뷰에서 자신의 임기내 북핵문제 해결을 자신한 뒤 자신은 선택했다면서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핵무기 프로그램 포기 결단을 촉구했었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화해 메시지’에 북한 지도부가 화답이라도 하듯이 그 뒤 제네바에서 열린 제2차 북미관계정상화 실무회의에선 북한이 연내 핵무기 프로그램 신고 및 불능화 계획을 합의하는 등 낭보가 뒤따랐다.

부시 대통령의 `북한 민주화 발언’이 6자회담과 북미관계 진전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이유다.

일부 전문가들은 만약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계산된 것이라면 북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설 등 최근의 북핵협상 국면에서 미국이 원칙없이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이날 민주주의 발언은 특별히 북한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미얀마 군사정부의 민주화 세력 탄압을 비난하고 정치범 석방을 촉구하는가 하면 작년 쿠데타가 발생했던 태국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주문했다.

중국정부에는 내년 올림픽을 계기로 더 개방된 정치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민들의 자유로운 목소리를 허용하는 관용정치를 펼칠 것을 전세계에 약속하라고 촉구했으며 아.태국가들에게 중동 민주화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부시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제2기 부시 행정부의 핵심정책으로 삼고 있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또 9.11 발생 6주년을 앞두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고전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부시 대통령이 아.태지역에서 계속해서 민주주의와 자유가 확대돼 나가도록 하기 위해선 지역적 기구가 필요하다면서 `신(新) 아.태 민주주의 동반자 관계’ 구축을 제안한 점은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편, 부시 대통령이 중국의 개방화 약속을 강력히 주문하고 나선 배경에는 6일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내년 올림픽 개최 때 중국 방문을 초청한 데 대해 비판여론이 일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 의회내 일부 인사 및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은 그동안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 종교의 자유 박탈, 탈북자 강제소환 등을 비판하며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민주화와 개방이 진전되도록 압박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발언의 진짜 의도가 무엇이든 부시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지난 달 말 부시 대통령이 한 연설에서 미국의 한국전 개입이 없었다면 “수백만명의 한국인들은 지금 잔인하고 폭압적인 정권하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자 북한 언론들은 북한을 `자극하는 망발’, `망언’이라며 “우리 공화국 정권의 존엄과 위신을 훼손시키려는 데 대해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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