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반테러戰, ‘용두사미’로 끝나고 마나?

미국 정부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이익대표부를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3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이익대표부는 공식 외교관계가 없거나 단절된 국가에 대사관을 대신해 설치하는 기관이다. 미국은 과거 중국과 시리아 간 관계 개선 과정에서 이익대표부나 연락사무소와 같은 형태로 출발해 수교관계를 발전시키곤 했다.

미국은 1979년 이후 이란과 공식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필요한 업무나 연락창구 역할은 테헤란에 있는 스위스 미 대사관이 대행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이란에 이익대표부를 설치한다는 것은 이 같은 임시방편적인 상황을 종료하고 정식적인 관계복원의 수순을 밟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 “미국은 그동안 이란에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며 “우리는 더 많은 이란인들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찾을 결심을 굳히고 있다”고 말해 미 행정부가 이란과의 이익대표부 교환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 행정부의 이 같은 제스처가 이란과의 관계 증진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 미국-이란 관계는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미국이 2006년 이후 이란과 핵 문제로 대립 각을 높여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설득해 대(對)이란 유엔 제재만 3차례나 이끌어 냈다. 지난 10일 미국과 EU는 이란이 핵 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경고를 이란에 보내기로 합의했다.

23일 EU는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이란 최대 은행인 멜리은행의 자산을 동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EU의 새로운 대(對) 이란 제재안은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계획과 관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기업과 개인들을 추가로 포함시켰다.

2006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은 채 핵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 핵심은 우라늄 농축이다. 북한이 플루토늄 추출을 통한 핵개발을 시도한 것과 달리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2차 북핵 위기의 원인으로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도가 문제 되긴 했다.

미국이 이익대표부 설치와 같은 ‘당근정책’으로 이란에 다가서려 노력하고 있지만, 우라늄 농축 활동의 중단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이란이 계속해서 거부하는 한 미국-이란 간 관계개선이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이른바 ‘불량국가’에 대한 채찍을 휘두를 때는 국제사회와의 공조에 열을 올리지만 정작 당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단독행동을 취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이란, 북한, 시리아처럼 ‘반미’를 명분으로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려는 불량국가들에게 미국이 단독으로 당근을 제시하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선택이다. 한마디로 ‘미국을 물고 늘어지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부정적 학습효과’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들 불량정권들에게는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국제사회의 규범을 존중하지 않는 한 안정적 체제 유지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교훈을 학습시켜야 한다.

‘反테러리즘’을 부르짖으며 시작된 미국의 21세기 외교가 ‘뒷심부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일만 벌여 놓고 뒤처리를 못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더구나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가 물 건너가고 말았으니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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