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면담한 탈북자 박상학 씨

“북한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자유를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왔고, 고민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유엔에서 연설을 한 뒤 탈북자 박상학 씨를 비롯해 미얀마, 티베트 등 10개국 `반체제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말이다.

부시 대통령을 면담했던 박 씨는 25일 워싱턴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부시 대통령이 탈북자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소개했다.

부시 대통령은 면담에서 특히 최근 와병설이 나도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겨냥한 듯 “독재자의 말로는 비참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박 씨는 전했다.

박 씨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남한의 감옥이 북한 주민들이 사는 것에 비하면 낙원”이라고 하자 박장대소하며 탈북자들이 어려운 조건에서 북한의 자유를 위해 힘든 일을 하고 있다며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이 탈북자를 만난 건 지난 2006년 4월 한미 양 가족에 이어 북한 정치범수용소 출신자인 강철환 씨,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조진혜 씨 등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박 씨는 대남기구인 노동당 35호실 대외정보조사부 간부였던 부친이 지난 1999년 남한에 망명한 뒤 아버지의 도움으로 어머니, 두 동생과 함께 탈북했으며 2000년 봄 서울에 정착했다.

그는 현재 서울에서 북한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맡아 활동하고 있으며 인민군 장교 출신 탈북자인 부인과 결혼, 슬하에 여섯 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시 대통령을 만나게 된 동기는.

▲지난 2003년부터 서울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해체운동 본부 활동에 참가한 뒤 작년 말까지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사무국장와 공동대표를 지냈다. 지금은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데 백악관측으로부터 연락받고 부시 대통령을 만나게 됐다. 나 뿐만아니라 미얀마.티베트 등 전세계 10개국의 반체제 인사들이 함께 부시 대통령을 만났다.

–부시 대통령을 만난 소감은.

▲부드러우면서도 통쾌한 분이셨다. 북한 주민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당초 6분 정도 얘기할 것을 미리 준비하라고 백악관 측으로부터 언질받았는데 부시 대통령이 2시간 동안 오찬 간담회 동안 북한에 관해 나에게 자꾸 질문해서 15분 이상 얘기했다.

–언제 북한을 탈출, 한국에 정착했나.

▲지난 1999년 8월 탈북해서 2000년 봄에 서울에 왔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노동당 35호실, 대외정보조사부에서 일하시던 아버지가 먼저 서울에 정착하신 뒤 북한에 있던 어머니와 나, 남동생과 여동생을 탈북시키셨다.

–북한에서의 생활은.

▲아버지가 당간부여서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고생을 하지는 않았다. 평양의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정보통신을 전공했고, 김일성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 선전선동부에서도 4년 정도 일했었다.

–한국에 정착한 뒤 정치범 수용소 해체 운동 및 북한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게 된 동기는.

▲우리 가족이 한국에 정착한 뒤 친척들이 모두 요덕수용소로 끌려갔고, 거기서 총살을 당했다고 나중에 들었다. 노동당 간부들이 탈북하면 당의 권위와 관련된 문제라며 직계 가족은 물론 친척들까지 엄청난 보복을 당하게 된다.

–부시 대통령과는 주로 어떤 얘기를 했나.

▲북한 주민들은 수령의 노예다. 김정일 선군독재를 끝장내고 북한 인민들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얘기했다. 부시 대통령은 탈북자들이 어려운 조건에서 북한의 자유를 위해 힘든 일을 하고 있다며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해줬다.

–부시 대통령이 특히 관심을 보인 대목은.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에 와보니 친북반미주의자들이 많아서 그들과 싸우는 경우가 많았고, 몸싸움을 벌이다가 병원에 입원했으며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고 소개한 뒤 그래도 남한 감옥이 북한주민들이 사는 것에 비하면 낙원이더라고 했더니 부시 대통령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부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뭔가.

▲지구촌에 많은 지도자들이 있지만 수령독재하에서 고생하는 북한 주민들을 걱정하고 탈북자를 만나주는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 뿐이라며 탈북자를 대표해서 감사드린다,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라고 하니까 부시 대통령이 오히려 `당신과 같은 자유의 투사를 만난 게 나에게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에게 특별히 당부한 게 있나.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이 북한에 방송을 내보내는 것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북한에 전단지를 보내는 사업도 도와달라고 했다. 내가 북한에 보내는 전단지를 보여주니까 부시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고는 “번역해서 읽어보도록 하겠다”고 관심을 보였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를 알게 돼 자신들이 독재의 탄압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김정일 독재에 맞서 항거하고 자유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더니 부시 대통령은 `참 훌륭한 생각을 하고 있다. 당신들이 계속 노력하면 뜻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 와병설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나.

▲탈북자들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하루라도 빨리 죽기를 바란다고 하자, 부시 대통령은 직접 김정일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독재자의 말로는 비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은 폭정에 자유를 빼앗긴 북한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자유를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왔고, 고민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선물을 받았나.

▲부시 대통령이 퇴임하면 텍사스주 달라스에 가서 자유연구소를 만들 것이라며 연구소 문을 열 때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자유와 독재에 반대해서 싸운다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라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은 마땅히 존경받아야 한다, 당신들의 용기와 신념을 존경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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