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김정일과는 개인적 유대를 가질 생각이 없다”며 김정일에 대한 시각이 변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답변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이제 와서 김정일과 개인적 유대를 가지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개인적 유대가 “불가능한 관계”라고 못 박았다. ‘Mr.’라는 호칭도 생략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나는 비록 견해를 달리 한다 하더라도 (세계) 지도자들과 개인적 유대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대선을 치르는 러시아의 새 지도자와의 개인적 유대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차기 러시아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게 말한 바 없다”면서 “나는 러시아 지도자들과 개인적인 유대를 맺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러시아 관계는 안정의 측면에서 그리고 유럽에서 우리 외교관계에 중요하다”며 “러시아의 외교정책을 누가 책임지든 개인적인 유대를 가져야 한다는 게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게) 내가 하고 싶은 충고”라고 밝혔다.
그는 “국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선 푸틴은 나처럼 직설적이고 약간 거친 성격이지만, 우리는 공동의 위협과 기회를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을 만큼 우호적 관계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면서 “차기 대통령은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핵물질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핵확산 문제 등과 관련, 러시아와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나는 푸틴이 ‘이란의 부셰르 핵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고농축우라늄을 제공하겠다’며 ‘이란의 핵농축의 필요성을 먼저 없애겠다’고 밝힌 데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 부시 대통령은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푸틴의 생각은 건설적인 제안이며 우리는 러시아와 이란 문제에 대해 협력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 선두주자로 부상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쿠바와 이란 등 적대국 지도자들과 만날 수 있다’고 한 발언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쿠바와 이란 지도자들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오바마의 입장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화할 시간이 전혀 없다는 게 아니라 지금은 라울 카스트로와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라울 카스트로가 그의 형인 피델 카스트로를 승계해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된 것과 관련, “신념을 이유로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고 쿠바를 황폐하게 만든 그의 형이 했던 모습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쿠바의 정권교체의 의미를 평가 절하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이 그런 외국 인사(독재자)들과 만나 논의하겠다는 결정은 극도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상기시켜 주고자 한다”며 “이것은 우리의 우방들에 섬뜩한 신호와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우리 외교정책에 대한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조만간 공화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한 지지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