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관련한 파일을 미국측에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지 부시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북핵 협상 노력을 공개적으로 치하해 눈길을 끌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이스트 룸에서 열린 5월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 문화 유산의 달 기념식 연설 도중, 힐 차관보를 향해 “와줘서 고마워요, 크리스 힐”이라고 직접 거명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힐 차관보가 북한의 핵프로그램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이른바 6자회담에 대단히 많이 관여하고 있다”고 치하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한국, 일본, 러시아, 중국이 공동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 의회에 북-시리아 간 핵협력 정보 공개를 계기로 힐 차관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특히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힐 차관보가 주도하고 있는 북핵 협상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경우 힐 차관보와 라이스 장관이 북-시리아 핵 협력 정보 공개 이후에도 북핵 합의의 진전을 주장함으로써 부시 대통령을 어리석게 보이도록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공개 행사장에서 특별히 힐 차관보를 치켜세운 것은 단순한 ‘립서비스’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북한의 핵신고를 앞두고 힐 차관보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고, 그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최대의 고비로 여겨지고 있는 북한의 핵신고를 앞두고 힐 차관보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북핵 협상 이외에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한편, 힐 차관보는 30일, 방미중인 한나라당 박진, 황진하 의원 등 한국 국회의원 일행과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문제로 인해 교착상태를 보여온 6자회담이 ‘수주내(in a few weeks)’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