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北테러국 45일 내 해제”…검증될까?

북한이 26일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했다. ‘10∙3합의’에 따른 마감시한을 넘긴지 6개월만이다.

미국도 곧바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의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미∙북 합의에 따라 27일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라는 ‘정치적 쇼’도 진행된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간)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절차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최진수 주중대사가 중국 외교부를 방문해 우다웨이(武大偉) 부부장과 면담후 오후 6시30분(한국시간)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미국은 이에 대응해 북한을 45일 내에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제외하고 대북 적성국교역법 적용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신고에 따라 6자회담 관련국들은 북핵페기 1단계(핵 시설 폐쇄)와 2단계(핵 불능화 및 신고)를 마무리 짓고 3단계(핵폐기)에 대한 논의를 개시할 예정이다. 2002년 ‘제2차 북핵위기’ 발발 후 6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 비로소 ‘본게임’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고서 검증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고 신고서에 담기지 않은 핵무기에 대한 검증과 UEP, 핵확산 의혹 등 비핵화 핵심 사안이 여전해 재개될 6자회담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北 보유 ‘핵무기’ 빠진 불완전한 신고=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대선을 겨냥한 ‘외교적 성과’를 얻고, 북한은 경제∙에너지 지원이라는 실익과 테러지원국 해제에 따른 미북 관계개선의 정치적 효과까지 얻게 됐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은 “대선을 앞둔 미국은 북핵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이 반영됐고, 북한도 식량난과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경제∙에너지 지원 등의 실익이라는 반대급부에 기댄 것”이라고 분석했다.

60여 페이지 분량의 신고서는 핵관련 시설목록과 플루토늄 생산 및 추출량과 그 사용처, 우라늄 재고량 등 크게 세 파트로 나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핵무기 개수는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 핵프로그램의 한 축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 핵 협력 의혹 등도 미북 간 ‘비밀신고’합의에 따라 이번 신고서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향후 6자회담은 신고서의 핵심 내용인 플루토늄 문제에 대한 검증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이 각각 플루토늄 생산량을 35~60㎏, 36~37㎏으로 차이를 보여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고서 내용의 검증과정과 더불어 핵무기, UEP 및 핵확산 의혹 등의 검증 방안도 집중논의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은 “북한이 고립을 끝내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북한은 모든 핵시설들을 폐기하고 분리된 플루토늄을 포기하며, 고농축 우라늄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며 “이번 신고에 핵무기의 본질적 사항인 플루토늄 추출량이 신고 됐더라도 북한이 핵무기와 관련한 상세사항을 다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이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핵신고서 제출됐지만 곳곳에 ‘암초’=일단 북한이 제출한 핵신고서에 대한 미국 의회 내 반발기류가 심상치 않다. 벌써부터 불완전한 신고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제출하는 신고서에 대한 ‘검증’문제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미국은 북한이 신고서 검증에 적극 협력하지 않으면 테러지원국 해제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핵 신고는 핵폐기 절차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향후 45일간 북한의 신고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이뤄질 것”이라며 “앞으로 검증기간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도 26일 “북한이 제출하는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결함이 발견되면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등이 지적하는 검증에는 실제 무기급 플루토늄을 눈으로 확인하거나 북한 내 모든 지역을 돌며 지하시설 내 비밀터널을 모두 다니며 방사능 물질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단지 서류상 검토가 될 것으로 보여 ‘검증’과정도 불확실하다.

김 연구실장도 “45일 만에 검증한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이후 논란이 거세게 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핵신고서에 ‘핵무기 개수’가 포함되지 않는 불완전한 신고인 만큼 미국 내에서는 벌써부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북핵 불능화 조치의 핵심인 폐연료봉 인출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6자회담의 장애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나머지 5개국의 경제∙에너지 지원 등의 상응조치가 불능화 속도에 비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거듭 비판하고 있다.

‘비밀문서’로 신고될 UEP 및 시리아 핵협력설도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UEP문제는 제2차 북핵위기의 원인이었던 만큼 미국으로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될 문제다. 하지만 북한이 존재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진전 자체가 불투명하다.

◆ 북핵 3단계 폐기협상 진행될까?=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에 착수한 뒤 6자회담 관련국들은 베이징(北京)에서 수석대표 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 회동에서는 핵 신고서 검증 절차 및 북핵폐기 3단계 로드맵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숙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핵폐기 3단계 문제와 관련,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해외에 반출해 북한내 어떠한 핵프로그램과 핵무기도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제까지보다 더 길고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능화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부분도 3단계 협상의 장애다. 특히 5MW 원자로의 폐연료봉 제거 작업은 기술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 당국자는 “불능화 속도는 경제∙에너지 지원 속도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북핵폐기 로드맵도 지연될 수밖에 없어 실질적인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단계 북핵폐기 ‘본게임’ 로드맵에 6자 관련국들이 합의하더라도 ‘검증’ 속도와 핵무기 고수를 외치는 김정일의 태도에 따라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핵심 당사국인 미국이 대선국면에 돌입하게 되면 북핵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실장은 “전체 북핵문제 중 플루토늄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합의하고 UEP 및 시리아 핵 확산 등은 덮었다”면서 “북한과 미국은 합의가 어려운 것을 미루고 ‘성공담’을 위해 북핵문제를 ‘정치 게임화’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북핵문제의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구상에 따라 남북관계의 변화도 주목된다. 일각에선 아직까지 북한이 대남 비방을 이어가고 있지만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화해의 손짓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이전 정부처럼 일방적으로 북한에 끌려 다니는 식의 대북정책을 지양하고 있는 만큼 급작스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는 “북한이 핵신고를 하고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에 착수해 미북관계가 전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절차가 시작된 것이지 완료된 것은 아닌 만큼 예상할 수 없는 고비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상임대표는 “45일 내에 신고 내용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하고, 검증과정의 신뢰성에 따라 미 의회의 결정이 따를 것”이라면서 “특히 미국 내 정치 특성상 대선에 임박해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이 상임대표는 “일각에선 현 상황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남북관계에 급작스런 변화가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북한의 핵신고로 미북관계가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만 이제 겨우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이번 북한의 핵신고가 북핵문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번 북한의 핵신고나 냉각탑 폭파 등은 북한이 핵무기∙핵물질 보유, 제조능력의 공갈카드를 가지고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아니다”는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북한은 핵신고 이후에도 여전히 그러한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당장 그러한 카드를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국제사회가 들어주지 않을 경우 언제라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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