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행정부, 대북정책 근본수정 어렵다”

▲ 클린턴 시절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는 페리 보고서를 만들어 대북정책을 주도했다 ⓒ동아일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포착된 이후 미국 내에서 북-미 양자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처드 루가 (공화•인디애나) 상원 외교위원장은 25일 미 CBS 인터뷰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미국을 겨냥했다면 이는 북미간 직접 대화가 가능한 문제”라면서 “6자회담도 중요하지만 북미대화가 빠르면 빠를수록 더 일찍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외교위 척 헤이글(공화•네브래스카) 의원도 이날 CNN과의 회견에서 “북한과의 직접 대화가 성과가 없을지 모르지만 미사일 문제에서 실체가 무엇인지 규명하는 데 더 좋은 방법”이라며 “군사적 타격은 엄청난 희생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양자대화 촉구는 미국이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들어갔다는 위기감과 함께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1호 발사 이후 양국이 대화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를 이끌어낸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 의회는 22일(현지시간) 2007년 회계연도 국방수권예산법안의 북한 관련 수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법안 발효 후 60일 안에 대통령이 대북정책조정관(North Korea policy coordinator)을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정책조정관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고 핵과 미사일 등 안보 현안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미 의회조사국(CRS) 23일 래리 닉시 박사는 “미국이 북한과 직접 만나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 등 현안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상원의 뜻도 수정안에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대북정책조정관은 1998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 도입돼 윌리엄 페리(William Perry)전 국방장관이 초대 조정관으로 임명됐다. 당시 페리 조정관은 국내에 잘 알려진 ‘페리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클린턴 행정부 후반기 대북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페리 후임에는 웬디 셔먼(Wendy Sherman)이 조정관에 임명돼 활동했다. 이 직제는 부시 행정부 들어 폐지됐다.

페리 보고서는 북한과 관계개선을 통해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간다는 기본 전제를 가지고 대북정책을 추진하도록 명시했다. 보고서는 북-미 직접 대화를 통한 안보 위협 감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계기가 됐다. 보고서 이후 클린턴 정부가 미사일과 대북 경제제재를 맞교환하고 포용정책을 추진하면서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는 듯 했으나 이후 양국의 미사일 협상이 결렬되고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협상을 종결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상원의 대북정책조정관 임명안 통과도 북-미 양자대화를 위한 신호탄이 되는 것 아이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동복 전 명지대 교수는 “상원에서 대북정책조정관 임명을 포함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은 부시 행정부에 적지 않은 구속력을 발휘할 것”이라면서도 “조정관이 임명돼도 양국 안보현안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움직임은 시간 벌기와 금융조치 해제용”이라며 “조정관이 임명돼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양자회담을 통한 문제해결은 현시점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관련해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을 모두 사용한 후에 차후 정책수단을 고려하라는 목소리”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 조정관을 통해 양국이 직접 대화에 나선다 해도 금융제재로 조성된 현 국면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 높아지는 북-미 양자대화 촉구 목소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대북 직접외교가 전무한 것에 대한 불만이 담겨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돌출행동에 대해서 일관된 무시 전략보다는 양자대화를 통해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반영됐다는 것.

그러나 6자회담 밖에서 이뤄지는 경제조치와 미사일 발사는 양국이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문제라는 점에서 당분간 직접 대화를 통한 상황의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