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와 노무현은 역대 최악의 대통령”

▲ 피터 벡 국제위기감시기구 동북아사무소장 ⓒ데일리NK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은 언제든지 ‘스톱’(stop)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고고’(go go) 할 것이다.”

북핵 ‘2.13 합의’ 이후 넉달 여를 끌어온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됐다. 북한은 이에 맞춰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을 초청함으로써 ‘모멘텀’(추진력)을 상실한 듯 했던 ‘2.13 합의’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IAEA 실무대표단은 이번 주 안에 북한을 방문해 사찰단의 활동 범위와 권한을 놓고 북측과 격한 줄다리기를 벌일 전망이다. 피터 벡(Peter Beck) 국제위기감시기구(ICG) 동북아사무소장은 19일 북핵 폐기는 전적으로 북한의 의지에 따라 좌지우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벡 소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데일리NK와 만나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은 언제든지 ‘스톱’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영변 핵시설이 북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핵시설 폐쇄는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벡 소장은 “정작 중요한 것은 폐쇄 이후가 될 것”이라며 “영변 핵시설까지는 북한이 양보할 수 있지만, 북한의 모든 핵물질을 포함한 핵프로그램 명단을 IAEA와 협의하는 과정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어느 정도 핵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지난 몇 년 동안 6자회담을 했지만 좋은 성과가 없었고, 아직도 정확하게 북한이 평화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북한 핵폐기 의지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정일 정권 붕괴 때까지 완벽한 核폐기 검증 못해”

벡 소장은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비핵화라고 해도 김정일 정권 붕괴까지 핵물질이 얼만큼 남아 있는지 확인하지 못한다”며 “미국이나 IAEA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북한은 언제든지 핵카드를 가지고 미국과 협상을 할 것”이라며 “미국에게 얼마나 받을지에 따라 융통성이 생길 수도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미 남한으로부터 많이 받아먹고 있으니 이런 조건으로 협상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7월 말이면 3년 간의 ICG 활동을 마무리하고 미의회 북한인권위원회 상임이사 활동을 위해 워싱턴으로 떠난다. 한국에서 수년간 동북아 안보와 북핵문제 전문가로 활동해왔던 그가 북한인권 업무를 위해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벡 소장은 한국 진보진영의 ‘북한인권’ 침묵에 고개를 저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쓴 소리를 쏟아냈다.

미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재학 중이던 1987년 5월 말, 서울에 배낭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6월항쟁’을 목격했다. 그것을 계기로 미국에 돌아가 당시 교환 교수로 온 리영희 교수에게 한국을 배운 그는 스스로를 미국의 386이라고 규정할 만큼 이념적으로 진보적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진보와 한국의 진보는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의 소위 진보.좌파와는 선을 그었다. “남한에서 진보적인 사람들은 북한 인권문제에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인권에) 외국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벡 소장은 북한 인권문제에 무관심은 진보좌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내가 한국에 와서 놀란 게 북한에 관심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며 “한국 사람들은 북한에 관심이 없고 오히려 외국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 피터 벡 국제위기감시기구 동북아사무소장 ⓒ데일리NK

그러면서 “내가 학생들에게 부탁하는 게 있다. 북한에 대해 보수적 시각이든지 진보적 시각이든지 마음대로 선택하더라도 제발 ‘북한’에 관심 좀 가지라는 것”이라며 “북한인권이든지, 식량난이든지, 인도적 지원이든지 제발 선택하라고 했다”며 북한 문제에 무관심한 한국사회의 세태를 연신 꼬집어댔다.

“北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 진정성 의심”

이 시점에서 기자는 벡 소장의 대학 스승이기도 한 리영희 교수가 북한 인권문제에 무관심이 386세대에 큰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며 다소 곤란한 질문을 던져봤다. 그는 “제자로서 대답하기 조금 불편하다”고 전제한 뒤, “북한에 대해 부드럽게 접근할 수도 있고 딱딱하게 접근할 수도 있지만 (북한인권에) 침묵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이어 “한국의 진보와 미국의 진보는 차이점이 있다”고 재차 언급하고, “어느땐 진보적인 사람인데 또 어느땐 한나라당과 비슷한 점이 많이 있고, 한국은 ‘짬뽕’된 사회”라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와 한미동맹이 악화됐다는 지적하자, 그는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둘 다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질타했다. “국가 이익 뿐만 아니라 한미관계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동맹 악화로 서로가 피를 흘리고 있는 형국인데 ‘FTA(한미자유무역협정) 밴드’를 붙여 피가 계속 흐르는 것을 막았다”며 “한국과 미국은 50년 넘은 부부사이기 때문에 문화적으로도 일본보다 훨씬 가깝다. 그러나 성격적으로 차이가 있으면 문제 해결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벡 소장은 최근 파행으로 얼룩진 평양 6.15 민족통일대축전에 대해 “상당히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의 주석단(귀빈석) 착석을 문제삼아 행사를 파행으로 몰고간 것에 대해 “북한이 ‘남남갈등’을 키울 생각이었다”며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이 정말 빈말처럼 보인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피터 벡은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동북아사무소장으로 있으면서 이화여대 겸임교수와 통일부 정책평가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ICG로 부임하기 전에는 워싱턴에 있는 한미경제연구소에서 조사 및 학술담당 실장(1997~2004년)과 조지타운대와 아메리칸대의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UC 샌디에이고의 전임강사,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통역가, 한국국회와 외무부에서 비서관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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