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ㆍ김정일 ‘핵폐기-北美수교’ 빅딜하나

북미(北美) 관계가 급류를 타고 있다.

9.19 공동성명과 2.13 핵타결, 지난 5,6일 북미 관계정상화 첫 실무회담 이후 난마처럼 얽혀있던 북핵문제가 큰 가닥을 잡으면서 북미가 반세기의 적대관계를 청산, 최종 수교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런 극적인 분위기 반전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이 없고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라크전과 이란 핵문제로 늪에 빠져 있는 부시 행정부로선 오는 2009년 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가 절실했고, 김 위원장으로선 대미 관계정상화를 통해 최대 관심사인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시급한 에너지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존 울프스탈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 등 상당수 북핵 전문가들은 8일 “북미 관계정상화까지에는 암초가 너무 많아 결코 낙관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부시 임기내 ‘북미 수교’ 결단내릴까 = 부시 대통령으로선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라크 사태로 궁지에 몰린 정치적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초특급’ 호재임에 틀림없다.

집권 6년이래 최악의 수준인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선 뭔가 반전의 카드가 절실한 상황이다. 부시 행정부가 임기 후반부인 내년 말쯤 북한과 수교라는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이란 문제로 코너에 몰릴 수록 북한과의 관계정상화가 더욱 절실해 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최근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HEU(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에 대해 확신에 차있던 태도에서 벗어나 애매한 입장으로 선회했고, 북한과의 양자접촉 빈도를 늘림으로써 보수층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이런 태도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리비아 모델’을 적용, 북핵문제를 극적으로 타결하고 이를 발판으로 이란 핵문제까지 해결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한다.

미국은 지난 80년 이후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고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엔 미국내 강경파들이 리비아 공격설을 흘리며 카다피 정권을 긴장시키기도 했으나 리비이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함에 따라 26년만인 지난해 적대관계를 완전 청산했었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도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정전상태에 있는 한국전의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무엇보다 부시가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남북한 지도자와 함께 6.25전쟁 종전을 선언하는 문서에 공동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이미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부시는 지난해 4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방미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평화협정을 제안하면 어떻겠느냐”며 의사타진을 했다고 로버트 졸릭 전 국무부 부장관이 공개한 바 있다.

이렇게 보면 부시 대통령은 지난 1953년 한국전쟁 휴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을 제안, 냉전의 마지막 유산을 정리하고 나아가 2차대전과 러일전(1904-05), 중일전(1894-95)의 고통스런 유산도 일거에 극복,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삼겠다는 결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최근 “부시 대통령은 임기중 한국전 종전을 선언하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며 “미국은 좀 더 빠른 시간표로 포괄적 접근을 하길 원한다”고 언급,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 김정일 ‘통큰 정치’ 나올까 = 이번 뉴욕 실무회담에 나선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발언을 곰씹어보면 김 위원장의 이른바 ‘광폭 정치’가 나올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먼저 거론,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이나 연락사무소 개설없이 곧바로 대사급 수교를 희망한 사실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김 부상은 뉴욕의 비공개 석상에서 미측 관계자들에게 지난해 10월 핵실험 사례를 예로 들면서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는 언급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자국 이해가 첨예하게 걸려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자주적’ 결단을 내리고 행동에 옮기는 만큼 미국은 제3자없이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결국 김 부상의 이같은 언급은 ‘제3자’라는 복잡한 채널 없이 부시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의지가 실린 직접대화 형식을 통해 양국의 최대 관심사인 ‘북핵폐기’와 체제보장을 위한 ‘북미수교’ 문제를 일괄 타결하자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이 그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동결된 2천400만달러의 자금 해제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도 대북 적대시정책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줘야 핵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미국의 강도높은 금융제재와 유엔 제재 결의안 등에 따른 미사일 수출 부진 등으로 심각한 통치자금난에 시달려온 김 위원장 입장에선 많은 난관에도 불구, 북미 수교가 지상 최대의 과제일 수 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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