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영전에 오빠 소식 알릴 것”

추석 남북 이산가족 상봉 2차 행사에 참가할 남측 가족 432명이 행사에 하루 앞선 28일 강원도 속초에 도착, 60년 가까이 헤어진 북측 가족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

29일부터 사흘간 금강산에서 북측 상봉단 99명을 각기 만날 남측 가족들은 대부분 4∼5명으로 이뤄졌으며 이날 오후 2시께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 설치된 방북 접수창구에 도착, 방북 절차를 밟고 북측 가족들에게 전달할 선물 꾸러미를 배송했다.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추석 이산가족 상봉 1차 행사의 남측 상봉단이 120여명으로 구성돼 접수 절차가 간단했던 것과 달리 이날 북측 상봉단을 만날 남측 가족들은 430명이 넘어 접수창구는 상대적으로 북적였다.

그러나 북쪽에 두고온 가족들과 떨어진 60년의 세월에 비하면 1∼2시간의 기다림이야 이들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다.

북쪽 큰오빠 박진기(75)씨를 만날 남측 여동생 박광자(68)씨는 “예전에 이산가족 신청을 한번 해봤지만 별 연락이 없어 돌아가신줄 알았다”며 “생전에 오빠를 볼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어릴 때 오빠가 탁구를 참 잘 쳤는데 오빠 탁구채를 여동생과 가지고 놀다 무릎 꿇고 크게 혼난 기억이 있다”며 “이번에 올라가면 당시 왜 그렇게 심하게 혼냈냐고 따질 것”이라는 말로 오빠에 대한 그리움을 표했다.

한국전쟁 무렵 서울에서 중동 중학교를 다녔던 박진기씨는 학교에 가겠다고 나선 이후 소식이 끊겨 나머지 가족들은 박씨가 전쟁 중 사망한 것으로 여겼다.

특히 당시 서울시청 공무원으로 일하며 박씨의 보호자 역할을 했던 매형 정순범(86)씨는 60년 동안이나 경남에서 올라온 처남을 잘 챙기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떨치지 못했다.

정씨는 “중학생이었던 처남 박씨와 장기를 두면 항상 내가 졌다”며 “악기도 잘 다루고 참 똑똑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박씨 가족들은 당초 여동생 3명과 막내 남동생, 매형 등 5명이 이번 상봉행사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여동생 박진남(72)씨가 방북 직전 녹내장 수술을 해 마지막에 방북을 포기했다.

박진남씨는 “남북 통일이 돼 사람들이 오고가는 세상이 빨리 와 오빠를 봤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자매들을 통해 대신 전달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다른 여동생 박청자(66)씨는 “부모님은 오빠를 그렇게 그리워하다 10여년 전쯤 결국 돌아가셨다”며 “이번에 금강산에서 오빠를 만나고 오면 부모님 영전에 가서 오빠가 살아있다는 것을 꼭 알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1950년 말 강원도 강릉에서 둘째 형 김범기(75)씨가 의용군에 끌려가던 것을 목격한 김문기(72)씨는 몇년 전까지 형 범기씨가 전쟁 중에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2000년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고 형 김씨가 북쪽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2007년에는 형의 생존확인서를 받아들고 상봉자 명단 200명에까지 포함됐지만 아쉽게 최종명단 100명에 들지 못해 형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1년 11개월만에 재개된 이산 상봉 행사에서 뜻밖에도 북쪽의 형이 자신을 찾았다. 문기씨는 “당시 나는 14살, 형은 16살이었다”며 “원래 애들이 클 때 많이 투닥거리는 것처럼 우리도 많이 다퉜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김씨는 “당시 북쪽에서 공부를 시켜주겠다고 의용군을 모집했다”며 “우리 마을에서도 약 10여명이 형과 함께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고 말했다.

당시 9살이었던 여동생 길자(67)씨는 “큰 오빠가 우리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조카들과 함께 이번에 방북하는 김씨 남매는 북쪽에 있는 범기씨에게 전달할 가계도를 꺼내 들고 몇번이나 찬찬히 읽어 내렸다. 이들 남매가 직접 작성한 가계도에는 부모님과 나머지 형제 3명의 사망날짜, 그리고 형제들의 자식 이름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여동생 길자씨는 “부모님들은 오빠 사진을 꺼내놓고 만날 울면서 한평생을 보내다 돌아가셨다”며 결국 눈물을 왈칵 쏟았다.

29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북측 가족들을 만날 남측 방문단 430여명은 이날 오후 4시부터 방북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29일 오후 1시쯤 금강산에 도착해 오후 3시부터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북측 가족들과 3일간 총 6번에 걸친 만남을 가지고 다음달 1일 오후 금강산을 출발해 되돌아올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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