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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내주 ‘4년 연임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정국에 다시 한번 태풍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한미 FTA 협상 직후 잠시나마 화해국면이 연출됐던 청와대와 야당간에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4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은 오는 10일 국무회의에서 개헌안을 의결한 뒤 곧바로 발의할 방침”이라며 “개헌 발의 시점에 즈음해서 국회에서 개헌 취지를 밝히는 연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내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언급하며 대국민 설득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북핵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한미 FTA 문제 등 산적한 사안에 따라 잠시 미뤄뒀었다.
최근 한미 FTA 합의로 인해 지지율이 30%에 육박해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 특유의 고집이 되살아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개헌을 발의해도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 이런 조건에서 ‘개헌’ 발의는 범여권에 손해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다수의 정치권과 국민은 ‘4년 연임 개헌’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편이지만, 연내 개헌안 발의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범여권도 ‘개헌안’ 발의에 따른 손익계산을 면밀히 하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적한 민생 국가현안을 논의하고 해결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국회”라며 “끝내 고집을 부려 개헌안을 발의하면 우리는 차분히 부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나경원 대변인은 “개헌안 발의는 자충수를 두는 것”이라며 “최근 집념의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또다시 ‘오기의 대통령’으로 돌아가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범여권 통합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노 대통령의 개헌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총장은 5일 “개헌안을 본 적은 없지만 ‘일을 잘 하고 노력을 많이 해서 성과도 좋은데 5년이 너무 짧아서 3년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열심히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안타깝다’ 싶은 대통령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개헌 목적이 4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4년 더 해서 중∙장기적 플랜을 갖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답은 ‘글쎄’”라고 밝혔다.
당적을 갖고 있지 않은 노 대통령이 ‘개헌’ 발의는 열린당을 비롯한 범여권에 직접적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개헌안 발의가 예상치 않은 정치적 파장을 만들어 낼 경우 범여권은 부수입 여지를 두고 복잡한 손익계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