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북한 학교들의 학년말시험이 이례적으로 2월에 치러진 가운데, 봉쇄령이 내려진 양강도와 자강도의 일부 국경 지역에서는 자택 시험 방식이 도입됨에 따라 부정행위들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데일리NK 양강도, 자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탈북 및 밀수 사건으로 양강도 혜산과 삼지연, 자강도 자성과 만포에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해당 지역의 학생들이 학년말시험을 각자 집에서 치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앞서 소식통을 인용해 교육위원회의 지시문에 따라 전국 대학,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소학교(초등학교)에서 1일부터 일제히 학년말시험이 시작됐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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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양강도와 자강도의 일부 국경 지역에 또다시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이들 지역의 학생들은 별도 시험장이 아닌 자택에서 학년말시험을 보는 상황이 빚어졌다고 한다. 봉쇄령으로 주민들의 집 밖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면서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개별적으로 시험을 치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양강도 혜산과 삼지연은 주민 2명이 맛내기(조미료), 사탕가루(설탕), 콩기름을 밀수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달 29일 봉쇄령이 내려졌다가 이달 15일 해제됐고, 각각 탈북, 밀수사건이 터진 자강도 자성과 만포는 이달 3일부터 여전히 봉쇄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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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강도 소식통은 “봉쇄령으로 학생들이 학교에도 나가지 못하게 돼 집에서 학년말시험을 치르게 됐다”며 “교원들이 직접 시험지를 들고 학생들이 있는 집에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실제 봉쇄 지역의 학생들은 시험감독관으로 방문한 교원들과 일대일로 마주 앉아 시험을 봤는데, 주로 대학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답안을 제공해주는 조건으로 돈이 오가는 부정한 행위들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양강도 소식통은 “일종의 ‘돈질’인데 교원이 답을 줄테니 돈을 내라는 식으로 돈벌이를 했다”며 “모든 답을 알려주는 경우에는 100딸라(달러)를 받고 70% 정도만 알려주면 70딸라를 받는데 지금 딸라를 잘 못 쓰기 때문에 교원들이 국돈(북한돈)으로 계산해서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초·고급중학교나 소학교 학생들과 달리 학년말시험 성적이 좋지 않으면 낙제되기도 하고, 특히 전공 필수과목 성적은 사회 진출, 발전에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교원들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교원들에게 돈을 찔러줄 형편이 안 되는 집에서는 행여나 자식이 손해보는 일이 있을까 가슴을 치며 안타까워하는 모습들을 보이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편 이달 초부터 약 열흘간 진행된 학년말시험이 종료되면서 곧바로 방학이 시작됐고, 3월 초 개학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지시가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예전처럼 3월 1일에 개학을 한다고 하더라도 학교에 가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제기구를 통해) 제공받는 왁찐(백신)을 접종한 뒤에 상황을 지켜보고 등교 개학이 가능한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