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방한일정 취소..”휴, 다행이다(?)”

당초 다음달초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던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방한일정을 취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26일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엔 안보리 결의 채택 이후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제재의 수준과 내용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강경파인 볼턴 대사의 서울행은 ’갈등요인’이 될 소지가 다분했다.

지난주 서울에 온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비교적 격식을 차린 ’외교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느끼는 부담은 적지않았다.

현재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에 한국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라이스 장관의 메시지를 놓고 정부 당국자들의 ’지혜찾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소 거침없는 언행으로 유명한 볼턴 대사가 다시 서울에 나타나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낼 경우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특히 북한이 25일 저녁 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을 포함한 대북 제재조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를 상정, “해당 조치를 취하겠다.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마당이다.

따라서 이런 시점에서 볼턴 대사가 이라크 문제 등 안보리내 현안을 처리하는 일정 때문에 서울에 오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정부 당국자들도 반기는 표정이 역력하다.

애초부터 볼턴 대사가 일본 방문을 계기로 서울에 오겠다는 의사를 피력해 그의 방한 배경에 대해 언론에서 여러 분석성 기사를 쏟아낼 때도 정부 당국자들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볼턴 대사는 지난 15일 유엔 안보리 결의 채택 당시 결의에 거부의사를 밝힌 뒤 퇴장한 박길연 주 유엔 북한대사의 언행을 보고 흥분, ’흐루시초프’ 운운하면서 북한을 한껏 자극했었다.

그리고 24일(현지시간)에는 한 뉴스전문채널에 출연, 북한의 ’정권교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볼턴 대사가 북한과 감정싸움을 벌인 역사는 깊다.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 시절이던 2003년 여름 서울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북한 외무성이 발끈, “그를 더 이상 미 행정부의 관리로 인정하지 않으며 그런 자와는 상종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볼턴 대사는 김 위원장에 대해 ’자기는 평양에서 왕족처럼 생활’한다거나 ‘수십만 사람들을 감옥과 수용소들에 가두어 놓고 수백만의 사람들을 기아에 허덕’이게 하는 ‘포악한 독재자’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는 차분하게 대북 제재조치 내용을 조율하고 내용있는 실천을 할 때”라면서 “불필요한 감정싸움은 사태 해결에 도움은 커녕 상황만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