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 지명자에 대한 미 상원 외교위원회(위원장 리처드 루가)의 인준 표결이 전격 연기됐다.
루가(공화.인디애나) 위원장은 이날 오전 표결을 연기하자는 민주당측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표결을 강행할 예정이었으나 공화당 위원 10명중 일부가 볼턴의 인준에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하자 연기를 결정했다. 루가 위원장은 표결 재개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
상원은 오는 28일이나 29일부터 5월 첫째주까지 휴회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따라 볼턴 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은 빨라야 5월9일 시작되는 주에 실시될 수 있을 전망이다.
외교위원회는 공화당 의원 10명과 민주당 의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만일 인준안을 상원 전체회의에 넘기는 방안에 대한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들중 1명이라도 민주당측에 동조해 반대표를 던지면 찬반 9-9 동수가 돼 인준안은 전체 표결로 넘어가지 못한다.
외교위의 민주당측 간사인 조지프 바이든(델라웨어) 의원은 볼턴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이 위원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상원 전체 회의에서 의사진행 방해를 할 것임을 밝혔었다. 공화당측이 민주당의 의사진행 방해를 무시하려면 재적의원 100명중 60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공화당의 상원 의석은 55석에 그치고 있다.
외교위는 당초 볼턴 지명자의 인준을 강행할 방침이었으나 공화당의 조지 보이노비치(오하이오) 상원의원이 볼턴 지명자에 대한 정보를 더 얻을 때까지 투표하는데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자 루가 위원장은 표결 연기를 밝혔다.
또다른 공화당 의원인 척 헤이글(네브래스카) 의원도 볼턴에 대해 제기된 우려사항들로 인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헤이글 의원은 이날 볼턴의 지명 인준안을 상원 전체회의로 넘기는 방안에 찬성할 준비가 돼 있지만 “그것이 내가 전체회의에서 그의 지명을 지지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위의 최근 인준청문회에서는 볼턴 지명자에 대한 우려들이 제기됐다. 특히 칼 포드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담당 차관보는 볼턴 지명자가 지난 2002년 쿠바의 생물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놓고 INR 하급 직원이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자 그를 직접 불러 세워놓고 호되게 야단쳤다고 말했다.
또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볼턴 지명자가 군축담당 국무차관으로 일하면서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신임 국무장관 등에 일부 정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볼턴 지명자는 ▲ 지난 2003년2월 젊은 외교담당 직원인 렉슨 류가 자신에게 서류를 숨기고 있다면서 그를 해임하려 했고 ▲ 민간인 신분이던 1994년에는 키르기스스탄공화국 주재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하청을 맡고 있는 멜로디 타운셀이 `조지 HW 부시 대통령에 반대하는 어머니들(MOB)’의 회원으로 그의 재선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위협했으며 ▲ 1988년에는 법무부 민사부의 책임자로서 한 고참 변호사가 출산휴가를 연장하려하자 그녀를 해고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