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이 빠진 자리..유엔주재 美대사관저

‘2.13 북핵합의는 북한의 나쁜 행동을 보상해주는 잘못된 약속이다. 머지않아 깨지길 바란다’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는 모두 그들(북한)을 정당화시키는 일환일 뿐 성과가 없을 것이다’

‘북미 관계정상화 회담으로 김정일 체제의 핵무기 포기를 이끌어낼 수는 없을 것이며, 결국 대북 비핵화 외교가 실패하면 미국이 군사 공격을 검토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13 북핵 합의와 뉴욕에서 열리는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담에 대한 이런 악담에 가까운 비판은 모두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볼턴 전 대사는 북미간 관계정상화 첫 날 회담이 열리는 5일에도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를 통해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중대한 전략적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맹공을 계속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공격의 선봉장으로 돌변한 볼턴 전 대사는 불과 두 달 여전까지만 해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였다.

지난해 12월 4일 사임을 발표하기 전까지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첫 회의가 열린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 내 유엔주재 미국 대사관저의 주인은 바로 그였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양측 대표단을 이끌고 북미 관계정상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마주앉은 회담장이 바로 두 달 여전까지 볼턴이 살던 관저였다는 점은 흥미롭다.

상원의 반대를 피해 편법으로 임명됐던 그가 지난해 말 물러난 이후 후임자인 잘메이 칼릴자드 지명자가 아직 정식 취임하지 못해 이 관저는 아직도 비어 있다.

만일 볼턴이 아직도 대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면 이번 회담이 가능했을까?

지난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를 주도하고 지금도 대북 대화정책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그가 자신의 관저를 북미간의 협상 장소로 내줄 것으로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볼턴이 유엔대사 자리를 떠났기에 북미 회담이 가능하게 됐다기 보다는 볼턴을 떠날 수 밖에 없게 만든 미국내 정치 상황이 2.13합의와 북미 관계정상화 회담 개최를 가능하게 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겠지만, 어쨌든 볼턴이 떠난 자리는 협상론자들에게 아주 넓고 여유로워 보인다.

부시 행정부의 대표적인 강경파 인사로 꼽히던 볼턴이 떠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북미 관계정상화 첫 회담은 급변하는 북한과 미국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로 비쳐진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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