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9일 군사실무회담을 이틀째 이어가고 있다. 의제 등 조율해야 할 사안이 많지만 결국 본회담으로 넘어가는 프로세스를 밟고 있다는 평가다.
전날 회담장에서 북측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전, 쌍방 군부 사이의 상호 도발로 간주될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을 중지할 데 대하여 논의하자”고 말했다는 게 국방부 측의 설명이다.
북측이 밝힌 군사적 행동 중지(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북측은 또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만을 다루자고 하는 것은 고위급 군사회담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도 밝혔고, “본회담이 열리면 천안함·연평도 문제는 깨끗하게 해결될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번 실무회담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와 도발방지 확약 입장을 먼저 확인해 보겠다는 우리 측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동시에 본회담 성사 여부의 책임을 우리 측에 넘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즉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본회담에서 다룰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해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우리 정부를 일단 대화 테이블에 끌어 내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실제 북측은 “의심하지 말라. 본회담이 열리면 의심이 깨끗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이 고위급 군사회담 제의로 인해서 남북대화의 장애물을 다 제거됐다고 밝힌 것은 정상회담까지 가자는 제안으로 실무회담을 결렬쪽으로 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본회담 일정과 관련해서도 북한은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 하루 전날인 4월14일이나 김정일의 생일(2.16) 전후에 회담을 갖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회담 대표 수준에 대해서도 차관급 회담을 주장했다.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 정찰총국장(상장, 우리의 중장)을 회담대표로 내세우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우리 측은 북한이 제안한 일정과 급은 결국 북한이 이번 회담을 ‘정치 선전장’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 같은 평가에 따라 의제, 일정, 급과 관련해선 조율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남북 모두 장기간의 긴장국면을 해소하고자 하는 입장이고, 최근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화 판을 깨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지난달 미중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역학구도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흐름을 형성하고 있어 남북 모두 이번 회담의 판을 깨는 일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진실하고 건설적인 대화 필요성을 강조한 미중 정상의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원칙과 입장만을 고수하기 힘든 형국”이라며 “최근 미북간 인도적 식량지원 제안 등 관계 개선 물꼬트기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점도 우리 정부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전개에 일각에선 남북이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시인·책임자 처벌보다는 도발방지 확약 등에 초점을 두고 본회담에 합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국민정서와 여론을 감안할 때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 어물쩍 넘기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 대체적이다.
결국 남북 모두 대화재개의 의지를 갖고 있어 판을 깨긴 쉽지 않지만, 모종의 합의를 이끌기 위해선 진통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