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탈북민 국회의원 시대 개막…北 주민은 어떻게 볼까?

北 중간급 간부 "월남자들 당선, 진짜 민주주의 알게 해주는 좋은 실례"

태영호 당선
지난 16일 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후보가 강남구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애국가를 부르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 15일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탈북민 출신 태구민(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지성호 북한인권단체 NAUH 대표가 나란히 당선돼 사상 처음으로 복수 탈북민 국회의원 시대가 열리게 됐다.

태 당선인은 미래통합당 지역구(강남갑) 국회의원으로, 지 당선인 같은 당 소속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각각 국회 입성에 성공해 내달 말 임기 시작을 앞두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 복수의 탈북민 국회의원 탄생에 대한 북한 내부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데일리NK와 접촉한 북한의 중간급 간부 A 씨는 22일 “남조선(한국)에서 국회의원이라면 우리나라 대의원인데 대단하다”며 “월남자들의 당선은 진짜 민주주의를 알게 해주는 좋은 실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핵심 외교 엘리트, 지방 탄광촌의 꽃제비로 극과 극의 삶을 살아왔던 두 사람이 이번 총선 결과 함께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여론의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두 당선인이 21대 국회에서 어떤 조화를 그리며 의정활동을 펼칠지 기대감을 드러내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우리나라(북한)에서 평백성, 인민들은 죽을 때까지 자기 도·시·군 당위원장들과 말도 섞어보지 못하고 평생 대의원과 손 한 번 잡아보기도 힘들다”면서 “남조선은 빈부격차가 많은 썩고 병든 사회라고 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성분이 전혀 달랐던 이들이 같이 일하게 됐다니 신기할 정도로 동등하고 평등한 구조로 보인다. 어떤 게 진정한 민주사회인지 궁금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최초의 탈북민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는 기록을 쓰게 된 태 당선인에 대해 “굳이 그리 안 해도 살아갈 수 있는데 자기를 공개하고 정치한다고 나선 게 큰 뜻이나 희생이 없이는 힘든 일이지 않나”라며 “많은 월남자들이 있지만 그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나라 정사에 참가하겠다고 하는 것은 평 사람들은 상상 못할 결단”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태 당선인은 이번 총선에서 ‘북한 주민을 구한다’는 뜻의 태구민이라는 이름으로 임했다. 이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자 A 씨는 “그 이름은 지금 처음 들었는데 이름도 뜻을 모아 지은 사람은 처음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이상하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 평양시 중구역과 같다는 남조선 서울 부자 동네에서 선거됐다고 하는데 역시 먹을 걱정 없고 배운 사람들, 돈과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도 차별적이지 않고 호방하다는 감(느낌)을 받았다”며 “믿어주고 내세워주는 대의원(국회의원)인데 거기에 월남자를 뽑았다니 남조선사회 부유층의 사상정신상태가 다르고 깨어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실제 A 씨는 월북자 등을 성분불량자로 여기고 군 입대나 입당 등의 자격을 원천 박탈하는 북한 사회를 언급하면서 연신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남조선 출신들과는 혁명을 같이 못한다고 하고 발전에도 제한을 두기 때문에 나라 정사를 의논하는 대의원에 남조선 연고자들은 생각도 못한다”며 “그래서 더 (당선 사실이) 진실 같지 않고, 우리가 교양 받는 남조선 실상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 오히려 우리보다 더 평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그는 꽃제비 출신 탈북민이자 장애인인 지 당선인의 국회 입성에 대한 내부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A씨는 “비례대표가 뭔지 체계를 잘 모르지만 남조선 대의원들은 나라 정사를 주동적으로 찬성 반대하고 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발휘하는 것으로 아는데 꽃제비 출신, 그것도 장애인이 나라 정사를 토론하는 대의원이 됐다는 것은 우리나라 제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그래서인지 그가 정치적으로 이용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간부들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21대 총선 투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인 4월 15일 오전 서울 노원구에 마련된 상계1동 제6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편, 이번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협력으로 무사히 치러졌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마스크와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2m 간격으로 거리를 두고 들어가 투표하는 등 정부의 방역 행동지침을 따랐다. 이를 통해 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러지자 외신과 세계 여러 나라의 호평도 이어졌다.

A 씨는 “남조선은 개인주의 사상이 중심이니 자기 생명의 안전이 우선시돼 사람들이 더 국가의 말을 잘 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남조선이 악성 전염병으로 심각한 상황을 겪으면서도 선거를 하는 것과 사람들이 100% 참가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사회주의와 대비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의원 선거 투표율은 늘 99% 이상으로, 사실상 100%에 가깝다. 한 선거구의 단일 후보가 입후보하면 주민들은 이에 찬반투표를 하는데, 당에서 정한 후보를 반대할 주민이 없는 데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에는 처벌도 받기 때문에 항상 100%에 가까운 찬성률과 투표율을 보인다.

실제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지난해 3월 치러진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 결과와 관련, “중앙선거위원회는 전체 선거자 99.99%가 선거에 참여해 100%의 찬성률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A 씨는 “우리나라 대의원 선거는 형식상이고 지역별로 누구를 정해놓으면 그 결정에 찬성해야하고 반대란에 표시하는 것은 상상 밖의 일”이라며 “그만큼 인민의 의견은 반영 안 되는 선거인데, 이번에 월남자들이 뽑힌 것을 보면 선거에 참가 안 해도 안 잡혀가고 비판도 안 받는 남조선 사회가 이해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