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천군의 김정은’ 박 모 상좌, 북송 女 강제유산 은밀히 지시”

진행: 국가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인권침해를 당한 주민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이상용 기자와 함께 합니다. 이번에 소개해 주실 사건, 어떤 것인가요?

기자 : 양강도 보천군에 거주하고 있는 최 모 씨가 데일리NK와의 통화를 통해 제보한 사건입니다. 보천군 보위부장 박 모(56세) 상좌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북송된 여성의 아이를 유산하도록 만들거나 중국 핸드폰 사용자 등을 무지막지하게 구타하면서 돈을 갈취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 : 군(郡) 보위부장이라는 직책이 눈에 띄는데요. 북한에서는 어떤 권력을 가진 사람인가요?

기자 : 북한에서 군 보위부장이라고 하면 군 보위부의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 내에서 김 부자 비방자, 체제 불만자, 반국가 테로(테러)와 사회의 불신을 조장하는 세력들을 감시하고 색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체제를 유지하는 데 중추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북한 간부들은 이 부분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박 상좌는 더 심합니다. 그가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권한까지 행세하고 있다는 게 제보자 최 모 씨의 설명입니다.

때문에 보천군에서는 “보위부장의 말이 곧 법이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북송된 20대 여성의 배를 걷어차게 해서 유산을 시키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합니다.

진행 : 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죠? 사건 정황을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 제보자 최 씨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 중국에서 수년간 살던 20대 탈북 여성 전 모 씨가 북송됐다고 합니다. 이 여성은 양강도 보위부 조사를 마치고 보천군 보위부로 이송돼 재차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군 예심실을 돌아보던 박 상좌가 “어떻게 중국 애를 여기까지 차고 왔느냐”고 담당 예심원에게 넌지시 말했다는 거죠. 이후 예심원은 상급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전 모 여성의 배에 수차례 타격을 가해 강제 유산시켰다고 합니다.

진행 : 그러니까 박 상좌가 강제 유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자신은 책임에서 빠질 수 있는 방법을 쓴 것이군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그 후 박 상좌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여성의 유산 결과를 보고를 받기도 하고, 직접 와서 상태를 점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뒤에서 철저하게 조종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 : 박 상좌와 연관된 또 다른 사건이 있습니까?

기자 : 또 다른 제보자 김 모 씨가 박 상좌의 악행을 전했는데요. 바로 박 상좌가 2015년 당시 혜산시 반탐과 부부장으로 근무를 할 때 이야기입니다. 당시에 중국 손전화(휴대폰) 사용자, 불법월경죄, 유도 안내죄, 정보유출죄 등으로 한 해 동안 40여 명을 관리소(정치범 수용소)와 교화소로 보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무자비한 구타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2015년 2월 초 성후동에 살고 있는 30대 김 모 남성이 체포돼 들어왔는데, 박 상좌가 각목을 들고 들어와 묻지도 않고 사정없이 김 모 씨를 구타했다고 합니다. 구타를 하면서 별다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살고 싶으면 왜 여기(보위부 예심실)에 왔는지 말하라”고 하면서 사정없이 내리 쳤다고 합니다.

진행 : 원래 이렇게 보위부에 체포돼 들어가면 무자비한 폭행을 감내해야 하는 건가요?

기자 : 북한 주민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보위부에 들어가면 안 한 것도 했다고 인정해야 된다”고 말이죠. 왜냐하면 보위부 성원들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대로 대답을 하고 인정을 할 때까지 고문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 후 김 모 씨는 무기노동교화형이라는 중형을 받았는데, 여기에서 또 박 상좌의 악랄함이 발휘가 되는 겁니다. 바로 뇌물을 은근히 요구하는 것이죠. 결국 이 주민은 압박과 회유에 못 이겨 중국 돈 4만 위안(元, 약 670만 원)을 바쳤고, 5개월 만에 병(病) 보석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이처럼 박 상좌는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끝끝내 본인의 의지대로 몰아가는 맹수와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행 : 북한 주민들의 평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박 상좌에 대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기자 : 네. 일단 공포심을 갖는 주민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박 상좌는 사람이 아니다. 하나의 얼굴에 여러 개의 가면을 쓰고 사는 괴물같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대다수입니다. 이렇게 공포속에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 눈에 박 상좌가 곱게 보일 수는 없는 겁니다.

또한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앞에서는 웃으면서 도와준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그 사람들의 사상동향을 감시한다” “가까이 하면 위험하다”는 평가도 많다는 겁니다.

진행 : 상황이 이렇게 심각할 정도면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할 텐데요. 북한 당국은 이런 사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는 않았습니까?

기자 : 오히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실력과 능력, 충성심이 높은 수사관으로 인정받았고 결국엔 보천군 보위부장으로 승진한 겁니다. 박 부장의 행보는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말 그대로 피비린내 나는 역사라고 할 수 있겠는데 당국은 전혀 그렇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다른 관점으로 보면 박 상좌의 악행은 모두 북한 당국의 의지라고 평가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한 국가보위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령을 정치사상적으로 결사옹호‧보위하는 전위대라는 사명감을 내세워 자신들의 모든 악행들을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과 결부시키기 때문에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도 그들을 옹호하고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