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프로세스’ 아이디어 뭐가 담겼나

“클린턴 행정부의 `페리 프로세스’처럼 오바마 행정부도 `보즈워스 프로세스’를 제시할 때이다”

시기, 장소, 의제 등을 놓고 조율이 남았지만 북미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 워싱턴 D.C.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른바 `보즈워스 프로세스’ 대북 제안이 화두로 떠올랐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초빙연구원인 박선원 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 13일 브루킹스 홈페이지를 통해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미대화에서 포괄적인 북핵문제 해결 로드맵으로 `보즈워스 프로세스’를 제시할 것을 공개 제안하면서 그 불을 지폈다.

`보즈워스 프로세스’라는 명칭은 지난 1999년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조정관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제시했던 `페리 프로세스’를 빗댄 것이다.

`페리 프로세스’는 1998년 북한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과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위기설’이 부상하던 시기 미국의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 과정에서 채택된 `상호위협 감소를 위한 한반도 냉전종식’을 추구하는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방안이다.

페리 프로세스는 1단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2단계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 3단계 북미, 북일 양자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로드맵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취임 이후 대결로 치닫던 북핵문제가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평양 파견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협상국면에 진입하는 지금이야말로 미국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대북 관여정책을 펴야 한다는 게 제2의 `페리 프로세스’를 제안하는 박 전 비서관의 시각이다.

현 시점에서 포괄적인 프로세스를 북한 문제 해결책으로 한꺼번에 제시하는 것이 북한의 핵폐기 결정을 도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곁들여 있다.

박 전 비서관은 “6자회담의 모든 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상황에서 더욱 공세적이고 능동적인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북한 지도부가 집단적인 정책재검토를 통해 핵폐기를 심각하게 고려할만한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포괄적 북핵문제 해결 로드맵은 세 가지 플랜으로 짜여 있다.

`적극적인 협상구상’을 담은 `플랜 A’는 북핵 폐기추진 과정에서 당사국들이 주고받을 수 있는 등가의 핵심요소를 시간 순서에 따라 자신의 행동과 상대방의 행동을 서로 맞물려 짜놓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 핵폐기를 중심에 두고, 미국과 북한 사이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정치적 신뢰구축을 핵폐기를 추동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서 삼아야 한다는 게 골간을 이루고 있다.

특히 핵폐기는 북한에는 중대한 국가적 자산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 행동에 수반하는 경제적 보상조치를 통해 핵폐기의 직접적 동기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또 평화적 핵이용권리의 구현도 핵무장 옵션을 포기하는 가장 중요한 상응조치로서 제공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미북 관계정상화 등은 북한의 핵포기 이후 법적, 제도적 안전보장 장치이기 때문에 북한이 핵포기를 결단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기제로 포함돼 있다.

과거 6자회담이 정작 핵폐기 단계 논의로까지 진입하지 못했던 데 반해 박 전 비서관이 제시한 플랜 A는 핵폐기를 모든 과정의 중심에 놓고 관련 당사국들의 조치를 동시행동과 상호등가성의 원칙에 따라 교환하도록 하고 있고, 각측의 행동 이행 시간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과 북한이 합의했던 1994년 제네바 합의문, 1999년 페리 보고서, 2000년 미-북 공동 코뮈니케,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13, 10.3 합의문을 반영하고 있고, 나아가 2009년 봄 이후 변화된 북핵 상황을 감안한 상응 조치를 망라하고 있다.

북한이 핵협상에 응하지 않거나 플랜 A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책인 `플랜 B’를 함께 제시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적극적인 북한과의 협상을 강조해온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북한이 양자 또는 다자협상에서 플랜 A를 수용하고 토의의 출발점으로 검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플랜 B에 대한 언급이 불가피하다는 것. `페리 프로세스’도 북한이 협상에 불응할 경우 대책을 포함시켰었다.

박 전 비서관은 “플랜 B는 북한의 입장에서 정책선회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북한 체제나 현재의 북핵 정책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카드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북한을 문제해결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초청할 수도 없으며 합의를 한다고 해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3단계로 구성된 플랜 B에 따르면 1단계에는 유엔 대북제재위 가동 독려, 북한 국방위 고위급 인사 제재 부과 검토, 유엔제재 효과 상쇄시키는 북.중 경협에 대한 중국 정부 협조 요청 등이 담겨 있다.

또 2단계는 중단된 적성교역법 재적용,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 규모 조절 등이 들어 있고, 3단계 조치에는 북 도발행동시 한국정부의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준수 일시 보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한.미 협력범위 확대, 탈북자 수용 확대, 탈북자의 난민지위 부여 적극 검토, 탈북자 정착지원금 확대, 군사적 수단 배제를 전제로 한 한미연합대비태세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박 전 비서관은 “플랜 B는 일단 가동되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이 조치를 추진하는 측에도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며 “일종의 고육지책이지만 북측에 제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협상의 장기적 맥락에서 제안되고 있는 `플랜 C’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연착륙을 유도할 긍정적 비상대비계획과 경착륙에 대비한 부정적 비상대비계획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거론돼야 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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