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순방 완료..’5자 컨센서스’ 확인

‘북핵 조율사’를 자임하고 있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아시아 순방이 8일로 마무리됐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로 한.중.일 3국 순방을 마치고 미국으로 출국했으며 대표단의 일원인 성 김 6자회담 특사가 서울로 돌아와 러시아의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6자회담 차석대표와 만남으로써 순방의 대미를 장식한다.

보즈워스 대표의 이번 순방은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6자회담 관련 5개국이 미국을 연결고리로 북핵 대응기조를 확인하는 일종의 ‘5자협의 프로세스’의 성격을 띠었다고 볼 수 있다.

5개국이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는 형식은 아니었지만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투트랙(제재와 대화)전략’에 대한 5자간 컨센서스를 확인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얘기다.

쉽게 말해 제재측면에서는 ‘비가역적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제재기조는 그대로 가며, 대화측면에서는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지 않는 한 북.미간 대화는 없다는 게 현시점에서 도출된 5자간의 ‘정리된 입장’인 셈이다.

이는 북한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적극적 유화공세를 펴는 한편으로 우라늄 농축 카드를 공개하며 강.온 양면 카드를 구사하는 데 따른 응수의 의미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5자의 공동보조 속에서 북한을 에워싸는 미국 주도의 포위.압박전략과 이에 맞서 강.온 앙면책을 구사하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더욱 격하게 대립의 날을 세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5자의 이 같은 공동보조는 북핵사태의 흐름을 다시 경색국면으로 되돌리는 측면보다는 현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현행 기조를 유지한다는 5자의 공통된 입장은 엄밀히 말해 현재 국면전환을 추동할 환경과 여건이 성숙돼 있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 미국의 스탠스를 잠정적으로 추인 내지 동의하는 의미라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한 소식통은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여론이 악화해있고 제제의 관성도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는 관련국들의 행동 반경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접근에 있어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과 보폭을 맞추고는 있으나 내심 대화 쪽으로의 국면이동을 희망하는 눈치라는 얘기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으로서는 북핵 주도권을 되살려내기 위해 북.미 양자대화를 디딤돌로 6자회담의 틀을 조속히 복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러시아의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 차관은 지난 7일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평양은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며 “동북아 비핵화와 안보에 대한 전면적 협상이 계속되길 희망하며 이는 러시아의 이니셔티브”라고 발언, ‘숨은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즈워스 대표의 순방을 오히려 새로운 ‘출구 찾기’ 모색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보즈워스 대표는 북한과의 협상국면에 대비한 ‘포괄적 패키지’를 놓고 관련국들과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얘기다.

보즈워스 대표가 순방기간 “북한과의 대화가 준비돼있다(prepared)”고 언급한 것은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관련 5개국이 북한과의 협상국면에 대비한 ‘밑그림’을 놓고 상당한 조율을 했음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북핵 외교가에서는 이날 도쿄방문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보즈워스 대표가 백악관과 국무부 등 `본부’와 어떤 내용과 방향으로 순방결과를 평가하고 대응기조를 정리할 지가 향후 사태전개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즈워스 대표는 지난 4일 중국 순방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이번 협상결과는 북한을 어떤 식으로 관여(re-engage)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압박과 북한의 버티기가 맞서는 기싸움 국면이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출구가 모색될 수 있는 ‘유동성 높은’ 국면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