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8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이 미북 양자간 유화모드 조성으로 이어질지 벌써부터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된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줄곧 평행선을 달려왔던 미북관계가 지난달 양자간 물밑접촉 이후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미북 양자회담을 고집해오다가 최근에 이르러 미국에 6자회담 복귀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북한이 미국에게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암시를 줬다”고 밝혔다.
미국도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양자대화는 없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미북 평화협정 등을 거론하는 등 북한의 체면 살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오바마 정부는 그동안 미북 관계정상화나 평화협정 등의 문제는 일절 거론하지 않아왔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을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20일 “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비핵화하면 미북 관계정상화와 평화협정, 경제지원 등 모든 사안과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보스워스 일행의 방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美北 입장차 여전히 커 공전 가능성도 있어
이러한 양측의 태도 변화는 보스워스 일행의 방북을 앞두고 서로 ‘외교적 명분’을 쥐기 위한 적극적 제스처로 해석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2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어떻게 하면 북한과의 회담에서 성과를 내올 수 있을까라는 인식하에 이러한 제스쳐를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가 진전되는 상황속에서 유화적인 환경을 조성해 대화국면으로 만들어 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미북간 유화적인 분위기기 조성되고 있지만, 북한이 과거와 같이 여러가지 조건을 달면서 미북대화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은 일단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실마리를 북한에 제공한다는 외교적 명분을 쌓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비핵화와 관련된 김정일의 속뜻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번 보스워즈 일행의 방북에 공을 들이고 있는 눈치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6자회담 선(先) 복귀’라는 원칙은 여전히 강경하게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9월 미북 대화 방침을 세우고도 최근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 가능성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양자회담의 일정을 천명했다.
때문에 북한이 스스로 핵보유 유효성을 재검토하며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만 미북 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보유 의지’를 꺽지 않고, 미국과의 대화를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협상용 협상’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양자간 간극만 더 커질 전망이다.
북한은 2차 핵실험 이후 국제적으로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상태다. 지난 달 방북했던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김정일에게 직접 대북지원을 약속하며 북한의 숨통을 트게 했지만, 유엔안보리 결의가 북한의 대외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대화 국면 조성을 통해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를 일단 무디게 만드는 한편, ‘안전보장 및 경제지원’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서 비핵화와 관련된 수세 국면에서 탈출할 기회가 절실하다.
北 내부 상황에 따라 핵보유 의지 바뀔 수 있어
한편, 이번 보스워즈 일행의 방북을 통해 미북 대화가 한층 진전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 제시하는 평화협정과 미북관계정상화 등은 북한이 원했던 것이고, 미북은 비핵화를 목표하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에 이번 대화의 진전 가능성은 이전에 비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고 교수는 “미북간 주고 받는 과정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더구나 미북 양자회담은 6자회담 내 나머지 국가들과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북한이 김정일 건강악화, 유엔제재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언제든지 핵보유를 고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