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방북 `페이스 조절’

북한이 최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초청장을 보낸데 대해 미국이 ‘신중모드’를 보이고 있다.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과 충분한 의견조율을 거쳐 방북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라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한 고위소식통은 “과거처럼 초청이 왔다고 무조건 가지는 않으려는 분위기”라며 “미국은 관련국들이 비핵화 전략에 대한 그림을 짜는게 우선이라고 보고 있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북한이 희망했던 9월 방북은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힘들고 이후의 방북성사 여부와 시기도 지금으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정부 소식통은 “보즈워스 대표가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순차적으로 방문해 의견을 조율하려면 물리적으로 두달 가까운 시일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올 2월 대북 특사로 임명된 보즈워스 대표는 한때 북측에 방문의사를 타진했다가 거절당했으며 지난 3월에는 북측으로 부터 초청의사를 전달받았으나 장거리 로켓 발사 문제로 인해 방북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정리는 일단 북한의 ‘속도전’식 유화공세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현 국제사회의 제재공조 전선을 유지해 나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최근 행보가 미국 주도의 제재흐름을 회피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깔고 있다는 판단 하에서 일종의 ‘페이스 조절’을 시도하고 있다는게 관측통들의 시각이다.

특히 비가역적 비핵화와 6자회담 틀을 강조해온 미국으로서는 지금 당장 대북특사를 평양에 보낼 경우 북.미간 양자대화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 비쳐질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미국으로서는 관련국 순방을 거친 뒤 특정시점을 잡아 보즈워스 대표의 평양행을 결정할 것이라는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특히 한.중.일.러로 이어지는 순방 코스를 택함으로써 6자회담의 틀을 살리면서 북.미가 양자대화로 직행(直行)하는데 따른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망이 나오고 있다.

한 관측통은 “순차적이기는 하지만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과 ‘5자협의’를 하는 형식을 살리면서 북한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보즈워스의 방북에는 일정한 명분축적이 필요하다는 얘기들도 나온다. 현재 국제사회의 제재흐름을 돌이키려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보다 분명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이 24일 “분위기가 좋아졌지만 아직 분명한 사인(Sign)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앞으로 미국측이 주문하는 비가역적 비핵화에 대해 어느 수위와 형태로 성의를 표시하느냐가 향후 북.미 양자 대화의 성사여부와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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