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방북이후 북한이 노리는 것

12월 8일부터 2박3일간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특별대표의 방북이 이루어졌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이후 미국의 최고위급 방북이며 북한이 대외적으로 적극적인 유화 제스처를 취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끌었다.


방북기간 중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강석주 제1부상과 김계관 부상 등과의 회담에서 핵문제 뿐만 아니라 평화협정과 국교정상화 문제, 에너지 지원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번 회담에서 나타난 북한의 입장은 몇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북한은 미·북 양자회담을 통해서만이 핵문제의 궁극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여 온 대로 이번 회담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회담 하루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 이행”에 양국의 공동인식이 이룩되었음을 밝힘으로써 회담의 긍정적 성과를 강조하고자 하는 한편 ”남아있는 차이점을 좁히기 위해 앞으로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고 하였다.


둘째, 북한은 “핵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임”을 주장하며 평화협정 문제를 강력히 제기했다. 바꾸어 말하면 이는 현 단계에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한편, 미국의 당면 관심사항인 핵실험과 확산문제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북한은 보즈워드와의 회담이 실무회담임을 강조하면서 향후 정치적 결단을 위한 고위급 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보즈워드의 방북을 반기면서도 강석주 제1부상이 아닌 김계관 부상을 회담 상대로 하려고 한 것이나, 2007년 힐 차관보 방북시 외무성 국장이 공항영접을 담당하였던 것과 달리 특사자격으로서 급이 높은 보즈워드 특별대표를 부국장이 영접한 것도 이러한 의도에 기인한 것이다.


북한은 보즈워드 방북이후 미·북접촉의 모멘텀을 이어가려 하면서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북을 성사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2월 11일자에서 보즈워드와의 회담은 “정치적 결단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논의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미국도 이번 회담에 대하여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외교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조속한 시일내 비핵화에 대한 큰 기대보다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불능화를 마무리하는 등 비핵화에 진전을 이루기를 희망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평화협정 논의 주장에 대하여 6자회담에 복귀해서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미·북이 결정하고 6자회담에서 스탬프만 찍는 식의 회담은 안하겠다는 것이다. 6자회담에 복귀하는 대가를 지불할 수 없으며 복귀결정에 대하여 “공은 북쪽에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북회담이 반확산 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병행하는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은 미·북회담 직후인 12월 11일 태국정부가 유엔안보리결의안 1874에 입각하여 북한의 무기를 수송하던 수송기를 검색하여 무기를 압류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이번 회담에서 나타난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볼 때, 향후 미·북관계는 일정한 수준까지는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당면 목표는 내부 안정과 핵무기 보유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북한의 경제적 궁핍과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당면 목표를 훼손하지 않고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북관계를 진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회담을 통해 미·북 고위급 정치회담의 길을 열어 놓은 것이 북한으로서는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위기관리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중시하는 미국의 입장을 활용하여 비핵화의 근본적 해결은 회피하면서 일부 진전과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려 할 것이다.


요컨대,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고수하는 상황에서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와 평화협정 등 장기적인 목표 보다는, 내부 안정과 외부 지원이라는 단기적 목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즉, 미·북화해 분위기를 활용하여 한국을 압박하여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북핵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되고 미·북관계가 급진전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한국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북·일정상회담 추진을 통해서 효과를 높이려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미·북관계의 이벤트성 진전이나 통미봉남에 초조해져서 과잉대응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사실 지난 2년간 북한의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으로 부터의 지원 감소, 대중 무역 흑자 증가, 김정일의 건강악화 등으로 북한의 안정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무엇 보다 식량부족은 북한을 심각한 불안정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북한의 대남비방과 무력시위 등 협박과 허세도 한계에 도달하면서 유화책으로 전환했다. 이제 북한은 위기 돌파를 위하여 한국, 미국, 일본을 대상으로 동시에 과감하게 접근하고 있다. 북한의 ‘성동격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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