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대포동발사로 美 對北정책 극적변화”

한국의 민주화, 외환위기, 남북정상회담과 북한 미사일 및 핵위기 등 최근 20여년 간 한반도에서 일어난 역사적 순간들에 한국과 미국 정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이러한 역사적 순간들을 어느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 보며 긴박하게 움직였던 양 국의 전직 대사 11명이 직접 쓴 영문 회고록 ‘대사 비망록 – 대사들의 눈을 통해 본 한.미관계’가 한.미경제연구소(KEI)에 의해 19일 워싱턴에서 발간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맡게 된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 대사는 이 회고록에서 자신의 주한대사 재임기에 일어났던 일들 가운데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고 이를 계기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보즈워스 대표는 “1998년 8월말 북한이 3단계 대포동 미사일을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까지 발사하자 상황이 극적으로 변했으며, 여론과 의회의 압력을 받은 빌 클린턴 행정부는 서둘러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할 대책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윌리엄 페리 대북특사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잇따라 북한에 보내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등 미국의 대북정책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그는 평가했다.

그는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숨겨진 의도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간단히 잊혀지고 결국 붕괴되는 운명을 맞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즉,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었으며, 북한에 의한 안보위기가 10년여 만에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

보즈워스 대표는 또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에 이은 북한 조명록 차수의 워싱턴 답방이 이뤄진 후 임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 방문 가능성에 관심을 보였다면서 그러나 자신은 “대통령의 방북은 성공적인 외교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되어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고 털어놓았다.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반드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어야 하는데 당시 상황은 실질적인 차원에서 협상토대를 마련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조언을 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또 조지 부시 행정부로 정권이 바뀌게 됐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는데 결과적으로 볼 때 “그 조언은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부시 대통령 취임과 2001년 9.11테러 발생으로 미국의 대외정책과 대북정책은 크게 변해 외교적인 대화를 통해 북한과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것은 2006년이 되어서야 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것.

보즈워스 대표는 “그 사이 북한의 핵 괴물이 병에서 탈출했고,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서가 포기됐으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도 와해돼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1980년대 중반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시기에 서울에서 근무한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는 당시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민주화와 안보의 우선순위를 놓고 미 의회에서 논란이 거셌다고 회고했다.

릴리 전 대사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한국의 민주화를 찬성하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북한 주변의 안보상황을 안정시키고 한국에 우리가 그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달하는 것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대할 것을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 건을 완전히 매듭짓기 전에 당시 사형이 선고됐던 김대중 씨의 해외 망명을 허용키로 하는 합의를 한국 정부로부터 얻어냈으며, 그후 김대중 씨는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릴리 전 대사는 자신의 주한대사 재직 중 경험을 바탕으로 상원외교위원회에서 “한국에서 수행되는 미국의 임무는 세계에서 가장 흥미롭고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고록에는 또 작년에 이임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를 포함한 전직 주한 미국대사 6명과 현홍주, 이홍구, 한승주 등 5명의 주미대사가 재임기에 직접 체험했던 역사적 사건들에 얽힌 비화와 소회가 담겨 있다.

잭 프리처드 KEI 소장은 “이 책은 한.미 간 역사의 독특하고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 박건우 전 대사가 자신의 원고를 넘겨준 뒤 1주일 만에 갑작스럽게 별세해 매우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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