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美北 직접협상 문턱 낮추나?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3~8일 한·중·일 등 6자회담 관계국 순방에 나선다. 특히, 이번 순방 일정은 북한이 도발을 중지하고 평화 공세를 펴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관계국과 주요 논의 의제는 북한과 대화 재개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보즈워스 대표는 이번 방문 기간에 6자회담 틀 안에서의 북한과 양자회담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는 진행하겠지만, 평양을 방문하거나 북한 당국자들을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보즈워스 대표의 아시아 순방 계획이 지난달 중순경 흘러나오자 당시 그의 북한 방문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또, 북한은 이미 9월중 보즈워스 대표와 성 김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의 북한방문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전달한 바 있어 보즈워스 대표가 한·중·일을 방문한 직후 북한으로 바로 향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이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관계자와 만남을 갖는 것은 이번 순방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켈리 대변인은 이날 ‘6자회담 참가국이 미북 양자회담에 대해 동의할 경우 미국이 6자회담 전에 북한과 양자회담을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직답을 피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겠다고 ‘동의(agree)’하면 북한과 ‘대면(sit down)’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전제될 경우, 6자회담 이전에라도 북한의 대화 요청에 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러한 발언에 비춰 보즈워스 대표의 이번 순방에서 북한을 우선 대화 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해 미국의 양보안이 논의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미국은 ‘6자회담은 더 이상 없다’는 북한에 명분을 주면서도 6자회담이 지속되는 실리를 찾겠다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협상을 선호하는 보즈워스 대사의 개인 특성도 반영시킬 수 있다.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한 문턱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은 물론 한국 등 관련국 내부에서는 북한과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비가역적 비핵화’ 조치 요구의 지속 여부를 계속 조건으로 유지할 것인지를 놓고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해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는 이미 북한의 잇단 평화 공세에 대해 ‘주변적 조치들(marginal steps)’이라고 평가하며 제재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과거에도 합의 및 협상장에 나서는 조건으로 보상을 톡톡히 챙겨왔던 북한의 관행을 돌이켜 볼 때 이번에도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제재조치의 완화 또는 해제를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다. 김영일 부상을 단장으로 한 외무성 대표단은 지난 1일부터 중국을 방문해 북핵문제 등을 논의하며 제재 완화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통한 북한의 대화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북한이 ‘비가역적 비핵화’를 약속한다고 해도 지난 비핵화를 다시 약속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이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 포스트도 이날 북한의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데도 미 정부가 유인책을 제공할 경우, 결국 김정일식 외교에 다시 굴복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즈워스 대표는 이번 순방에서 북한의 ‘비가역적 비핵화’ 조치의 조건으로 북한에 제안될 포괄적 패키지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북한을 유인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 7월 태국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미관계 정상화는 물론 경제·에너지 지원, 평화체제 구축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