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실효성 없는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미 상원 외교위원회 대북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와 관련, “재지정은 법률적으로 북한이 반복적으로 테러리즘을 지원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바탕 위에서 이뤄지게 된다”면서 “설령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려놓는다고 해도 새롭게 제재효과를 거둘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은 현재 미국의 다른 법령에 따라 자산동결 및 기타 제재 등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재지정을 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지난 7일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ABC방송에 출연 이 문제와 관련 “우리는 이 문제를 들여다볼 것이며 이를 위한 절차가 있다”며 “분명히 우리는 북한이 국제 테러리즘을 지원한 최근 증거들을 찾아보려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입장차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보즈워스 대표의 이날 발언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이미 북한의 취해진 다른 조치들로 경제적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정치적 효과를 위해 이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또,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대화에 나설 것이란 예측도 제기되고 있어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위해서도 당장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를 쓰지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으로도 보인다.
보즈워스 대표는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고, 북한이 계속된 도발 등 대화에 나설지 않을 경우 “미국은 물론 동북아지역 동맹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한국, 일본 등 역내 동맹들과 협의를 진행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북한의 핵확산 방지 및 금융제재 조치 등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면서 “북한의 추가적인 핵 및 미사일 실험에 대비한 군사적인 대비도 갖춰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개입-대화 외교 기조를 설명하면서는 “우리는 외교적 방법으로 북한문제를 푸는 방법을 여전히 갖고 있다”며 “북한이 내일 당장이라도 대화테이블에 돌아오다면 우리는 이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만찬 기조연설에서도 “북한의 최근 행동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다른 대화 파트너들은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와 심각한 협상을 하는데 열려 있고 미국은 다자간 노력의 하나로 양자 대화 및 협상에도 나설 용의가 있다”며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한 바 있다.
또, 보즈워스 대표는 “북한은 동굴의 어둠 속에 머물 수도 있고 국제사회의 불빛 속으로도 나올 수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밖으로 나와 국제사회에 합류할 날을 환영할 것이고 북한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것”이라고 북한의 선택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보즈워스 대표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대북 어젠다에 인권문제는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앞으로 수개월내에 새로운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의 정정협정 무력화 시도에 대해서는 “오바마 정부는 오래 전인 1953년에 체결된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문제를 논의해 볼 시점이 된 것 같다”고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보즈워스 대사의 이런 발언에 대해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과 비핵화를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자세는 일관되게 가져야 하지만 북한의 관심은 비핵화 보다 시간끌기나 제재 무마용으로 끌고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보즈워스 대표가 외교적 성과를 위해 북한에게 당근(경제적 보상이나 제재 완화)만을 제공할 경우 제2의 크리스토퍼 힐이라는 닉네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