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 가족을 대상으로 자금 갈취에 나선 국가보위성의 행각 때문에 가족의 연(緣)까지 끊어야 하는 사건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5년 전 북한을 떠나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김민숙(가명, 50대 함경북도 출신) 씨가 직접 제보한 것으로, 3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9월 김 씨의 아들 이남규(가명, 30대) 씨는 중국에서 개통한 손전화(핸드폰)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남한에 있는 어머니와 통화 중이었다. 이때 보위부가 갑자기 들이닥쳤고, 사건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이 씨를 무작정 끌고 간 보위부는 감청된 음성과 문자를 근거로 심한 고문을 가했다 또한, 동생 이영미(가명) 씨도 붙잡아 왔다고 한다. 다행히 동생은 며칠 뒤에 풀려났지만 이 씨에 대한 보위부 횡포는 그치지 않았다.
보위부는 동생을 풀어주면서 “네 어머니가 한국에 있는 거 다 안다. 기한 내에 3,000달러를 가져오지 않으면 너와 오빠가 큰 벌을 받게 될 것이니 어머니한테 전화해 돈을 마련해 오라”고 협박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동생은 돌려받은 중국 손전화로 어머니에게 전화해 소식을 알렸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은 김 씨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평소 식당일을 하며 한푼두푼 모은 돈에다 지인에게 빌려 수수료를 포함 5,000달러를 중국 브로커를 통해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씨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딸에게 “이 돈을 마지막으로 부모자식 간 인연을 끊자. 내가 너희에게 너희가 나에게 전화해서 사달이 났으니 차라리 서로 남으로 살아야 너희가 사는 것이다. 오빠가 풀려 나오더라도 일체 연락하지 말라고 전해라. 이제 우리는 남이다. 행복하거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김 씨는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어렵게 돈을 모아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간간이 보내고 있었다. 보위부가 나서 돈을 요구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큰 아이(아들)은 중국에서 의사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이제 걱정 없이 살겠구나 했는데 보위부 때문에 하루아침에 가족의 연을 끊게 됐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처럼 보위부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을 대상으로 북한 가족을 인질 삼아 돈을 뜯어내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거주의 한 탈북민은 “요즘 북한 당국이 돈이 말랐는지 가족을 볼모로 협박당한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대부분 일용직이거나 단순노무를 하며 힘들게 살고 있지만 가족의 목숨이 걸려있기 때문에 빚을 져서라도 보위부에게 돈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