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한국 내 가족과 통화를 수차례 하고 실제 한국으로 가기 위해 탈북을 시도하기 직전에 체포된 40대 여성이 거액의 뇌물을 주고 풀려났다고 내부 소식통이 29일 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한국에 있는 남편과 전화하다가 지난해 7월 체포돼 보위부에 감금된 40대 여성이 중국돈으로 5만 원(한화 약 830만 원)을 바치고 6개월 만에 석방됐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김정숙군에 거주하며 남편이 송금한 돈으로 장사를 하며 가족을 부양해왔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상당히 넉넉한 환경에서 생활했지만 남편의 권유로 한국행을 준비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집에서 체포됐고, 보위부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한국행 준비 정황까지 밝혀졌다고 한다.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예상과 달리 이달 20일 경에 석방되자 주민들은 그 배경에 궁금증을 갖게 됐고, 뇌물이 석방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한다.
실제 이 여성의 체포 사실에 대해 보위부는 주민 강연에서 밝힐 정도로 ‘외국과 통화자 처벌’의 본보기로 삼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 당국은 국경지대에서는 탈북이나 외국과 전화통화를 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해왔다. 국내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과 통화를 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할 정도였고, 송금브로커들의 활동도 위축됐다.
당시 체포된 다른 주민들은 단련대 3개월부터 교화형까지 처벌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 40대 여성이 중국돈 5만 원을 내고 재판 없이 풀려 나자 주민들은 ‘돈이면 못하는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보위부가 6개월 동안 감금하면서 한국에서 돈을 보내도록 강요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사건에 대해 보위부 관계자들은 ‘실제 탈북한 것은 아니고, 6개월 동안 보위부에서 수감 생활을 했기 때문에 관대하게 처벌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주민들은 돈 없는 사람만 교화소에 간다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죄가 가벼운 사람들도 보위부 감방에서 못 나오고 고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서 “보위원들이 돈을 받아먹고 범죄를 감싸주는 습관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북한에서 돈에 따라 처벌이 달라지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면서 “체제에 걸림돌이 되는 남한과의 통화는 막고 보위부는 이를 적극 이용해서 주민들 돈을 뽑아내면서 충성 맹세를 시키고 있다. 죽어나가는 것은 선량한 인민들 밖에 없는 북한식 독재의 피폐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