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강순희 씨가 회장으로 있는 백두한라봉사단은 지난 2009년에 만들어졌다. 탈북자가 중심이 되고 대전 광역시민이 합심해 이룬 봉사단체로, 요양원과 경로당, 복지관, 고아원에서 음식 봉사와 청소, 돌보미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무료급식 봉사와 연탄나눔도 빼놓을 수 없다. 백두한라봉사단은 10명으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30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강 씨는 “지난 1999년에 탈북해 2005년에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적응하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또 한국에 오자마자 임신을 해서 몸도 무거운 상황이었고요. 우울함이 너무 깊어서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딸아이가 자지러지게 울더라고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내가 이런 마음을 먹으면 안되겠구나! 깨달은 거죠”라고 회고했다.
강 씨는 마침 그때 옆집에 살던 이웃이 봉사활동을 해 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장애인 협회에 나가 휠체어도 밀어주고 음식도 먹여주며 봉사를 시작했다. 늘 마음 한편이 우울 했는데 봉사를 하면서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반겨주는 장애인 분들을 보면서 행복도 느꼈다. 이런 마음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지금의 백두한라봉사단이다.
‘백두한라봉사단’이란 이름도 강 씨가 직접 지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사랑의 울림이 가득 하길 바랍니다’는 소망이 담겨있는 이름이다. 그는 “매년 연탄나눔 봉사를 하고 있어요. 추위에 떠는 어르신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정말 뿌듯했습니다”고 말했다.
어느날 독거노인의 집 청소 봉사를 갔는데 방 안에 앉아계신 할머니가 목도리도 없이 휑하니 목을 내놓고 계신 모습에 마음이 아팠단다. 그렇게 시작된 봉사가 바로 목도리 뜨기 봉사다. 강 씨가 아이디어를 내자 봉사단원 모두 흔쾌히 참여의사를 전해왔다. 이렇게 무료 급식 봉사를 진행할 때마다 직접 뜬 목도리를 독거노인과 탈북자 어르신들께 전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봉사단원들은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의 마음에 들까를 고민하며 목도리를 떠요. 어르신들은 무거 운 걸 싫어하세요. 그래서 목도리 실을 고를 때도 신중했죠. 극세사 실은 따뜻하면서도 가볍고 보들보들합니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운 부모님과 가족을 생각하며 사랑을 나눠요
백두한라봉사단 임옥화 총무는 “전 2006년에 한국에 들어왔어요. 부모형제 없이 외롭고 힘들었는데 백두한라봉사단에 참여하며 친자매 같은 봉사단원들을 만나 정말 좋습니다. 독거노인과 탈북 어르신 모두 제 가족 같아요. 그리운 부모님과 가족을 생각하며 마음을 나누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영순 단장도 “지난 2011년에 한국에 들어와 작년부터 백두한라봉사단에 참여했어요. 전 부모님이 일찍 돌아 가셨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어르신들 손을 잡으면 그렇게 마음이 따뜻해질 수가 없어요. 어르신들 모두가 다 제 부모님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 봉사단에서 활동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다 보니 생활이 더 행복해졌어요”라면서 봉사를 통해 사랑과 나눔의 참 의미를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 씨는 “봉사는 꼭 재산이 많거나 가진 게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에요. 음식을 만들고 목도리를 뜨는 일도 모두 쉽고 간단히 할 수 있는 봉사입니다. 백두한라봉사단원 모두는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즐거운 마음으로 뜬 이 목도리가 올 겨울 어르신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고 소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