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北 협박엔 유엔제재 통한 압박이 최선

미국은 이라크에서 두 번의 전쟁을 치렀다. 1991년 ‘걸프전쟁’에 이어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였다. 걸프전쟁 무렵 필자는 미국의 전쟁수행 방식에 주목했다. 그리고 걸프전쟁을 전쟁수행 패러다임의 전환점으로 진단하였다. 10여년 후 이라크 전쟁이 다시 일어났고, 여기서 미국은 과거와는 다른 특이한 군사작전을 전개하면서 완승을 거두었다. 걸프전쟁에서  처음 소개되었던 전쟁수행 방식은 이라크 전쟁에서 완성도를 높였고, 그래서 전쟁을 외교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


걸프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비교하면 군사적 승리에 이르기까지의 작전 기간은 43일에서 26일로 단축되었고, 전사자도 수만 명에서 수천 명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가장 큰 변화는 정밀 유도무기의 위력에서 드러났다. 걸프전쟁에서 다국적군은 총 20여 만발의 유도무기를 투하하여 명중률 약 8%에 그쳤으나 이라크 전쟁에서는 2만 여발 투하에 명중률 7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미국의 신종 무기였다. 장갑차와 벙커를 관통하는 새로운 폭탄이 선을 보였고, 적의 지휘통신체계를 무력화하는 ‘전자기펄스 탄(E-Bomb)’도 처음 등장하였다. 이로써 미국은 전쟁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사상자를 최대한 줄이면서도 적의 핵심 군사력을 일시에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전쟁을 스마트하게 수행하는 법을 보여주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은 초강대국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 외교에서나 경제력에서, 그리고 환경쟁점 영역에서 미국의 파워는 절대적이지 않다. 그러나 군사력에서 미국은 세계 최강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재래식 군사력의 크기로 측정하면 미국의 그러한 지위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첨단무기와 항공모함 등 해외투입 군사역량이나 스마트 전쟁에 필요한 무기체계를 기준으로 평가하면 미국의 지위는 독보적이며 다른 강대국들을 압도한다. 스텔스 폭격기, 무인 항공기, 지하 벙커를 공격하는 ‘벙커 버스터’ 핵무기 등의 개발에서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극비리에 진행되는 이러한 군사혁신의 강도와 템포를 예측하기란 어렵다. 워낙 극비리에 추진되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이 끝난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미국의 군사혁신 템포에 미루어 볼 때 다음에 일어날 전쟁에서 미국군은 또 다른 신종무기와 함께 군사작전에서의 승리를 겨냥할 것이 분명하다. 가끔씩 언론에 보도되는 미국의 첨단무기 개발 소식은 지금으로서는 소설같이 들린다. 예컨대 세계 어디든 2시간이면 폭탄을 장착한 무인 항공기가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이러한 계획이 현재 어느 정도 진척되는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군사작전에서의 승리가 담보될수록 미국 정치인들은 외교전략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목에서 한반도 안보와 미국의 외교 전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는 북한 지도층을 상대로 미국이 군사작전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북한을 포함한 위험국가들을 군사적으로 무력화시킬 작전계획을 별도로 수립해오고 있으며, 그러한 작전계획 이름은 ‘CONPLAN 8022’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이러한 계획을  실제로 수립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위를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다. 미국이 현재 겨냥하고 있는 군사적 타깃이 핵무기 확산국가와 테러단체로 지목된 이상 미 국방부가 이들을  상대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실행계획이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반도는 지금 전례 없이 군사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 있다. 북한은 연일 위기의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실제로 공세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억제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위기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상당 기간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그 과정에서 군사충돌로 이어질 위험도 따라 온다. 한반도에서 군사충돌이 일어나면 반드시 전면전으로 확전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일정 수준 확전될 위험은 상존한다. 즉, 한반도에서의 군사위기는 긴장국면서부터 제한적 군사충돌까지를 포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연평도 포격과 같은 공세행동을 북한이 선제적으로 취하게 되면 한국과 미국은 보복작전으로 맞서게 된다. 이처럼 제한적 수준에서 쌍방 간에 동일보복 (tit-for-tat) 형태의 군사행동이 오가게 되면 어느 단계에서 전면전으로 확전될 위험이 있다. 아무도 확전을 원하지 않겠지만 만일 전면전으로 확전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전면전쟁이 벌어진다면 한반도에서는 4개의 전선이 형성 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의 전선은 전쟁 초기 단계에 형성되며, 양측이 서로 상대의 치명적인 부분을 공격하는 국면이다. 한미연합군은 정밀 유도무기로 북한의 군사 지휘통제 시설과 전략무기 시설 등을 공격할 것이다. 초전에 북한의 전쟁지도체제를 무력화하기 위해서이다. 북한은 장사정포와 미사일로 한국의 수도권과 미군 기지를 타격할 것이다. 두 번째의 전선은 남북한의 공방전이 벌어지는 휴전선 지역이다. 전방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북한 군사력은 한국군을 상대로 공세작전을 전개하겠지만 북한군의 주도권 확보는 여의치 못할 것이다. 북한군의 전면 공격에 대응하는 한국군의 방어력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의 전선은 한국의 후방지역이며, 북한의 특수부대가 노리는 작전지역이다. 20여만 명으로 추산되는 북한의 특수부대는 한국 후방지역에 침투하여 사회 기반시설을 공격하고 교란 작전을 감행할 것이다. 한국 군 역시 이들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전개하지만 사회 전체가 혼란 상태에 빠질 위험이 크다. 네 번째의 전선은 사이버 공간에서 펼쳐진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강도 높게 시행될  것이며, 이 전선에서 역시 한국 측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무력화 작전을 시행에 옮긴다면 최종 상태에서 성공을 거두겠지만 북한은 이라크와 다르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이라크가 보복행동의 타깃을 잡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북한은 한국을 보복행동의 볼모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상치 못한 시간에 공격해오는 미국의 군사행동에 이라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었다. 그렇지만 한반도는 다르다.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면 북한은 한국지역을 보복 타깃으로 삼아 타격을 가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북한의 지휘시설과 전략무기 기지 타격에 목표를 두겠지만 지상군 투입을 통한 점령 작전을 시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라크와 아프간, 리비아 등지에서 미국군은 점령 작전 과정에서 혹독한 비용을 지불하였다. 북한을 상대로 점령 작전을 시도하는 일은 전략적으로도 중국의 개입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확전은 일정 수준에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전면전까지로 확전해서 승패를 가리는 전략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군사작전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아무리 높아도 이미 남북한은 핵무기 위험지대로 변해 ‘공포의 균형’ (balance of terror)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 이외에도 공포의 화생무기를 확보하고 있는 국가이다. 북한을 군사적으로 무력화하려면 최초의 공격단계에서 지도부의 지휘통제 시설, 핵무기와 화생무기 기지, 미사일과 방사포, 전투기, 특수부대 등 한국지역에 보복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핵심 전력 대부분을 괴멸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 북한이 벼랑 끝에서 벌이는 협박 행동을 제어하는 대책은 결국 국제사회의 제재를 통한 압박이 최선이라고 본다. 북한이 제한적 위기도발을 감행하면 적절한 수준에서 보복행동을 취하되 확전에 이르지 않도록 군사행동을 제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반면 외교적으로는 한국이 공세적으로 나가야 한다. 중국의 동참을 이끌어 내어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를 높이는데 앞장서야 한다. 한국이 이러한 상황을 주도한다면 결국 북한은 수년 내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이라크나 이란과는 달리 북한은 식량과 에너지 수급에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절박하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감내하고 이겨내는 역량측면에서 북한은 이미 한계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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