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으로 몰린 현대의 대북사업

북한의 핵실험 이후 15년간 지속돼 온 현대그룹의 대북사업도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 최대 위기 맞이한 현대의 대북사업 =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소떼 방북으로 물꼬를 튼 대북사업은 그동안 남북관계가 변할 때마다 풍랑을 맞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왔다.

현대그룹이 98년 이후 지금까지 대북사업에 쏟아부은 돈은 자그마치 1조5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대북사업에 이처럼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부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면치 못했고, 그룹 모태인 현대건설까지 채권단에 넘겨줘야 했다.

또 2003년 8월에는 대북송금 사건으로 그룹 총수인 정몽헌 회장이 자살하는 큰 아픔까지 겪었다.

그러나 대북사업은 계속됐으며, 정몽헌 회장의 미망인 현정은 회장으로 이어진 대북사업은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문제로 한때 휘청거렸지만 현 회장의 특유의 뚝심으로 위기를 돌파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경제제재에 맞서 핵 카드를 꺼내듦에 따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불가피해졌고, 현대그룹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은 최악의 경우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금강산 관광은 과거에도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 관광 초창기인 1999년 민영미씨 억류 사건으로 한 달 반, 2003년 사스 파동으로 두 달 정도 관광이 일시 중단된 일은 있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대북사업이 또다시 중단된다면 이번에는 중단 기간이 과거에 비해 훨씬 길어질 공산이 크다.

현 회장은 북핵 사태가 터진 이후 임원 회의에서 “정부나 북한에서 별도 통보가 오기 전까지는 대북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북한 체류 국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 회장으로서도 북한 문제가 잘 풀릴 수 있기를 희망할 뿐, 난국을 타파하기 위해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어 더욱 답답할 수 밖에 없다.

◇ 금강산 관광 이탈 가속 = 북한의 핵실험 이후 금강산 관광객의 취소 사태가 가속화되고 있다.

10일 출발이 예정됐던 관광객 1천263명 중 30%에 이르는 395명이 금강산행을 포기했고 11일 오전에는 관광객 886명 중 43%인 381명이 관광을 취소했다.

금강산 관광 포기는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9일 33명(6.1%), 10일 395명(31.3%) 등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방 여행사 관계자는 “북핵 사태 이후 계속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으며, 예약 취소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며 “아무래도 현재 상황으로선 어쩔 수 없는 추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선 학교의 수학여행단과 지방자치단체, 기업의 연수 등 단체 여행객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객들의 이탈이 가속화됨에 따라 현대아산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현대아산은 11일부터는 언론에 금강산 관광 취소 현황 정보 제공을 중단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북핵 사태로 여행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데 관광 취소 사례가 계속 보도되면 사태가 더욱 악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수학여행 등 학생들로 구성된 단체 여행객이나 지자체 단체 연수객들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어 곤혹스럽다”며 “그러나 여행객들에게 금강산 관광은 안전 문제가 전혀 없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개성공단도 ’휘청’ = 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개성공단 사업도 큰 위기에 처했다.

우선 이달 말 예정됐던 개성공단 본단지 분양은 무기한 연기됐다.

건설교통부와 토지공사는 이달 말 개성공단 본단지의 분양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북한 핵실험의 여파로 또다시 분양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것.

토지공사 관계자는 “북한 핵실험으로 개성공단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졌고 신청 희망업체들의 참여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돼 분양일정을 늦추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신규 입주를 준비해 온 업체들의 이탈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의류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 등 개성공단 입주를 준비해 온 업체들은 개성공단 입주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개성공단 입주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일단 유보한 상태”라며 “의류 업체들이 인건비 등이 저렴한 개성공단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현재로선 상황이 여의치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