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주한미군 감축 중단…2만8천명 유지해야”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주한미군을 더 이상 감축하지 않고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한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 사령관은 지난달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책구상(SPI) 회의에서 “주한미군 병력을 당초 계획과 달리 더 감축하지 않고 현 수준인 2만8천500명으로 유지하려 하니 (미 정부가 확정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중앙일보가 4일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군 관계자를 인용해 “벨 사령관이 주한미군 감축을 중단하기 위해 미 의회와 국방부, 육 군성 등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중”이라며 “그 일환으로 한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벨 사령관의 제안은 국방부 뿐 아니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보고됐다.

한미 양국은 2004년에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높이려는 미국 정부의 국방개혁 일환으로 당시 3만7천500명이었던 주한미군 규모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2008년 말까지 2만5천 명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규모는 2004년 5천명, 2005년 3천 명, 2006년 1천 명(당초 계획은 2천 명)을 감축했으며, 2008년까지 나머지 3천500명을 줄일 예정이었다.

벨 사령관의 제안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부시 행정부가 임기 말에 접어들며 국방개혁과 관련해 의회에서 예산을 따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예산 문제로 군 현대화가 늦어지다 보니 주한 미2사단의 중기갑여단과 포병·항공여단에 계획보다 많은 병력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측은 “감축 없이 현 규모가 유지될 경우 유지비용을 우리가 추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새 정부의 입장이 결정될 때까지 미국 측에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동안에도 미군의 고위 군 관계자들은 전시작전통제권 이전 문제와 미 육군의 변환 작업 등을 이유로 들어 주한미군 감축 계획의 수정을 희망하는 발언을 해왔다.

티모시 키팅 미 태평양군 사령관은 지난달 29일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오찬 강연에서 “2012년 4월 한국군이 전작권을 미군 측으로부터 이양 받은 이후에도 주한미군 2만 5천 명~2만8천 명이 계속 한반도에 주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벨 사령관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계속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정수준’의 병력 규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혀온 바 있다.

한편, 벨 사령관은 2009 회계연도 예산협의 등을 위해 워싱턴에 머물던 지난 1일 “북한의 군사력은 약화됐지만 여전히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북한은 한미동맹에 맞선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지만, 전쟁을 벌일 경우 막대한 피해를 가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