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주 전부터 北계좌 폐쇄”

베트남은 자국 은행들에 개설된 북한 은행 계좌들에 대해 이미 수주전부터 폐쇄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주재 피터 벡 국제위기감시기구(ICG) 동북아 사무소장은 22일 워싱턴 DC 맨스필드재단에서 열린 북한 미사일 발사의 외교적 영향에 관한 토론회에서 북한에 있는 외국계 합작 대동신용은행(DCB)의 나이젤 카위 은행장이 지난주 자신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카위 행장은 “베트남 은행들이 지난 수주에 걸쳐 북한은행 계좌들을 폐쇄하고 있다”며 대동은행측은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 차관이 지난달 아시아 순방 과정에서 베트남을 방문한 것을 보고 “이를 예상해 사전에 베트남에 있던 계좌들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고 벡 소장은 설명했다.

카위 행장은 특히 “이제 유일하게 남은 금융창구는 러시아 뿐”이라고 말했다고 벡 소장은 덧붙였다.

벡 소장은 북한이 방코 델타 아시아(BDA)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복귀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것과 관련, BDA에 동결된 자금 규모(2천400만달러)에 비춰 “북한이 걱정하는 것은 이 자금 자체 라기보다는, BDA는 미국이 북한의 모든 금융활동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첫 단계이자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핵문제 전망과 관련, 벡 소장은 부시 행정부와 북한의 현 자세로 미뤄 “더 많은 긴장(escalation)”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이종석 통일장관이 북한에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 원하는 반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가 아니다, (쏜다고)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거듭 경고했다는 말을 이 장관으로부터 들었다”는 말로 북한의 ’외길’ 태도를 설명했다.

부시 행정부에 대해서도, 벡 소장은 자신이 BDA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치 직후인 지난해 10월 방북해 만난 북한 인사들은 “워싱턴은 한손으론 악수하자면서 다른 손으론 얼굴을 후려친 격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벡 소장은 “카위 대동은행장 등을 만나본 결과 워싱턴이 마음만 먹으면, 미국의 원칙을 훼손함이 없이 마카오에 있는 합법적인 돈은 풀어주고 어느 정도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됐으나, 워싱턴의 선택안엔 그런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미국의 강경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더러운 돈과 깨끗한 돈을 구별할 생각이 없다”며 “부시 행정부는 깨끗한 거래로 보여도 불법 거래를 감추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벡 소장은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미사일 발사후 인도주의 지원도 중단한다면서 개성공단을 통한 경제협력을 계속 확대해나가겠다고 한 것은 북한에 혼란스러운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대북정책에서 “더듬거리고 드잡이하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작통권, 주한미군 철수론 등을 둘러싼 한.미동맹 논란과 관련, 벡 소장은 “서울에 있는 미군 장교들 몇사람과 1대 1로 만났더니 ’우리가 실제로 평택으로 기지를 옮기기는 할지 (아니면 그전에 철수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동맹의 미래에 관해 회의적이더라”고 전하고 “이는 동맹이 영속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벡 소장은 “노무현 정부가 이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자주파에게도 워싱턴이 이상적이지는 않더라도 가장 덜 나쁜 선택”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작통권 문제는 워싱턴에 있는 이데올로기와 현실간 투쟁과 같은 서울의 이데올로기와 현실간 투쟁의 완벽한 사례”라고 말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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