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북파공작활동..남북관계 변수될까

북파공작활동 사령탑을 맡았던 예비역 육군 대령 김동석(82)씨가 최근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첩보활동 실상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동해안 지역을 담당했던 제36지구대 소속 북파공작원들이 강원도 통천부근해안에서 북한군 사단장 이영희를 생포, 귀순시켰다는 부문은 최근 남북간에 논의가 시작된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결문제와 맞물려 귀추가 주목된다.

전쟁이후 남한 공작원들이 북한 관할구역에 잠입해 첩보활동을 벌였다는 사실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휴전전까지 육군 첩보부대 제36지구대는 원산 남방 고성에 제1대, 원산만 능도와 여도에 제2대, 명천 앞바다에 제3대를 각각 배치.운용했고 기상 조건에 따라 매월2~3차례 적진 침투공작을 반복적으로 실시했다고 김씨는 증언했다.

또 설악산 일대에 잠입한 적 패잔병과 무장공비를 소탕하고 휴전선 동쪽의 험준한 산악을 타고 북한에 침투하기 위해 설악대를 36지구대 예하에 신설했다.

김씨는 회고록에서 “당시 대북공작 행동대는 S선과 K선, M선으로 나눠 각각 임무를 분담해 경쟁적으로 작전을 수행했다”면서 “이영화를 귀순케한 팀은 K선이었다”고 털어놨다.

북한은 당시 판문점 정전위원회에서 ‘포획해 간’ 이영희를 송환하라고 엄중항의했고, 유엔군측 대표인 백선엽 장군은 포로가 아니라 귀순한 자이며 잘 보호하고 있으며 북한에 돌아갈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백 장군은 유엔군측 포로를 아오지 탄광에 보냈는지를 해명하라고 역공세를 퍼부었던 것으로 회고록은 전하고 있다.

결국 이영희 사단장을 둘러싼 귀순 동기와 남한내 대우 여부, 구체적인 사망 경위 등이 남북장성급회담과 장관급회담, 적십자회담 등에서 언제든지 수면위로 부상할 여지를 남긴 셈이다.

당시 첩보부대의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작전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남북상호간 고위급 거물들을 둘러싼 납치공방전이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졌고 실제로 이와 관련된 소문과 주장이 잇따랐다.

김씨가 회고록에서 밝힌 것처럼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어떤가치로 공작이 행해진지를 소상하고 완벽하게 밝히는데 현실적으로 제약요소가 남아있지만 최고위급 지휘관의 발언에는 상당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파공작원 실체 규명에 앞장섰던 김성호 전 국회의원은 23일 “공작원들이 실제로 작전에 투입되고도 작전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작전을 지휘했던 김씨의 발언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북한도 그동안 실체 자체를 부인했던 국군포로와 납치자문제를 전향적으로 인정해야할 차례”라면서 “일정 정도 진통이 예상되지만 이제는 함께 풀지 않으면 안 될 숙제를 던져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이 최근 남북장관급회담장 등에서 강조한 것처럼 ‘체면주의’을 벗어나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할 과제가 대두됐다”면서 “향후 남북 양측의 추이를 조심스레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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