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공동성명’ 북한의 실천에 달렸다

▲ 여유있는 김계관 수석대표 <사진:연합>

제4차 6자회담이 19일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공동성명의 핵심은 ▲평화적 방식의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미-북, 북-일간 평화공존 및 관계정상화 ▲관련 5개국 대북 에너지 제공 ▲별도 포럼을 통한 한반도 평화협정체제 협상이며, ▲합의 실천을 위한 조율된 조치 ▲11월 초 5차회담 개최는 공동성명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부칙의 성격을 띤다.

이로써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으로 재발된 제2차 북핵문제는 거의 만 3년만에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었다. 환영할 일이다.

미-북 이해관계, 큰 틀에서 합의

93-94년의 제1차 북핵사태가 미-북 양국간의 ‘제네바 합의’로 종결되었다면 이번 ‘9.19 베이징 공동성명’은 관련 6개국이 공동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그리고 합의실천을 위해 6개국 및 NPT, IAEA 등 국제기구의 감시 하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실천 가능성을 훨씬 높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공동성명의 내용을 압축하면 1)북핵폐기와 대북 체제안전보장 및 에너지 지원 2)미-북, 북-일간 관계정상화 3)한반도 평화협정체제 협상이다.

비록 ‘별도의 포럼을 통해’라는 전제가 달려 있긴 하지만, 북핵문제를 ‘매개’로 하여 한반도의 평화체제문제와 넓게는 동북아 안보협력체제 구축으로까지 외연이 확대됐다. 따라서 과거 1차 북핵사태의 해결패턴과는 국면 자체가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공동성명에 열거된 순서로 보면 북핵폐기와 대북 체제안전보장 → 미-북, 북-일관계 정상화 → 대북 에너지 제공 및 경제협력 →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 협상 및 동북아 안보협력 순이다.

물론 공동성명에 나타난 순서대로 북핵폐기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과 동북아 안보협력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제1항에 해당하는 ‘검증가능한 비핵화’와 ‘적당한 시점에서의 경수로 제공문제 논의’부터 논란에 휩싸일 여지는 많다.

그러나 관련 6개국의 이해관계가 이번 공동성명에 포괄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중에서도 미-북간의 이해관계가 큰 틀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주요내용이다.

북핵문제, 한반도 문제 포괄

미국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프로그램 포기’라는 약속을 받아낸 대신,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지금까지 북한이 주장해온 ‘대북 체제안전보장’ 요구가 6개국 공동으로 문서화된 것이다.

특히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라는 구체적 표현까지 삽입돼 있는 점을 보면, 김정일 정권이 그동안 체제안전보장에 얼마나 목을 매달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어쨌든 미국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거듭된 천명을 재확인했고, 또 ‘모든 옵션’에서 무력사용이 배제되었다는 사실도 동시에 확인해준 셈이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2항 중 “북미는 상호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그들의 양자간 정책에 따라서 그들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표현이다. 이중 ‘양자간 정책에 따라서’라는 표현은 미-북관계 정상화 문제부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까지 맞물리는 대목이다.

특히 4항에 해당하는 “직접 당사자들은 한반도에서의 영구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적절한 별도의 포럼을 통해서 평화협정 체제를 협상하기로 했다”는 대목과 맞물리면서 한국은 미-북 사이의 수교협상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는 2000년 10월 ‘북미 공동코뮈니케’에서 명시한 (평화보장체계 수립에서) ‘4자회담 등 여러 가지 형식이 있다’는 표현에서 ‘미-북 사이의 문제’로 좀더 압축되어버린 느낌이다. 또 미국이 그동안 수차례 천명해온 ‘북한은 주권국가’라는 표현이 문서화된 것이다. 물론 ‘직접 당사자들은…’이라는 표현에서 한국전쟁 교전 당사국이 배제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북핵문제를 비롯하여 향후 미-중, 미-북관계가 어떻게 풀려나가느냐에 따라 한국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는 문제다.

첫 행동은 북 핵폐기 실천이행

중국은 이번 공동성명을 끌어낸 주역으로서 6자회담에서의 지위가 한층 높아졌으며, 앞으로 각종 ‘국제회담’을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확인되었다. 일본도 대북관계 정상화까지 갈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했다. 이로써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이번 공동성명을 기점으로 북핵문제와 더불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의 변화까지 더욱 중층화(中層化) 되었다. 이제부터 무엇이 진정 한반도 평화보장과 평화통일로 가는 데 이익이 되는가를 근본적으로 따져볼 때가 되었다.

어쨌든, 이번 공동성명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가닥을 잡은 것은 큰 수확이다. 문제는 핵폐기와 이에 따른 검증을 실천해가는 것이다. 2년 여 동안의 6자회담이 순전히 ‘말 공방’에 불과했다면

이번 공동성명은 공중에 떠도는 말들을 모아 이제 문서화 한 것이다. 문서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그 행동의 첫 번째는 이번 공동성명에 나타난 순서대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빠른 시일내 NPT와 IAEA 체제에 복귀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번 공동성명을 휴지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하는 첫 행동이다.

손광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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