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성화 한반도종단 무산되나

최근 중국 고위 외교 당국자의 입을 통해 “올림픽 성화가 압록강을 건넌다”는 표현이 두 차례나 언급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류샤오밍(劉曉明) 북한 주재 중국 대사는 1일 평양 중국대사관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베이징올림픽 성화가 오는 4월28일 사상 처음으로 압록강을 건너 조선(북한)에 도착한다. 쌍방 노력과 밀접한 협조를 바탕으로 올림픽 성화봉송은 반드시 완벽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월24일 북중 접경도시인 단둥(丹東)시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문화방면에서 중조 두 나라는 앞으로 계속 교류를 확대하고 평양에서 이뤄질 성화봉송을 공동으로 잘 주관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는 올림픽 성화가 처음으로 압록강을 건너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류 대사가 평양 성화봉송 중국측 책임자를 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발언이 갖는 의미를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인다면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공개하고 있는 성화봉송 노선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위 웹사이트에 따르면 오는 3월31일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올림픽 성화 해외봉송은 나가노(4월26일), 서울(4월27일), 평양(4월28일)을 거쳐 베트남 호찌민으로 향할 예정이다.

5월4일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에서 시작되는 국내 성황봉송 구간 중 7월20∼22일로 예정된 랴오닝(遼寧)성 구간에 단둥은 빠져 있다.

물론 시간상으로 빡빡하기는 하지만 세부 노선변경을 통해 압록강을 통해 평양으로 성화를 운반하는 게 반드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가령 4월27일 서울 봉송을 마친 성화를 바로 성화봉송 전용기에 태워 단둥으로 운반한 뒤 압록강철교를 건너 신의주에서 평양까지 운반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경우 베이징올림픽 성화는 한반도의 허리를 통과하지 않게 된다.

실제로 성화가 압록강을 통과해 북한에 들어간다면 북중 양국에는 지난 1950년 9월 중국인민지원군이 ‘항미원조(抗美援朝)’를 외치며 압록강을 건넜던 것을 연상시키는 상징적 친선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성화봉송 구간은 주최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당사국 올림픽위원회 등이 협의를 거쳐 결정하는 게 관례.

북한이 서울에서 평양으로 이어지는 성화 봉송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이 이웃 형제국가의 올림픽 성공을 지원하는 의미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자국 내에서 성화봉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서울에서 봉송을 마친 성화를 육로나 비행기편으로 평양까지 운반하려면 남북 간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쪽의 입장에서 거부할 이유가 없겠지만 북한이 월드컵 3차 예선 남북 평양경기를 제3국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던 사례처럼 좀 더 복잡한 정치적 계산을 거쳐 이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류 대사의 발언은 실제로 올림픽 성화가 압록강을 건너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게 아니라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북한으로 성화가 들어간다는 의미를 강조한 비유적 표현에 불과하며 성화 봉송구간의 변경 가능성을 암시하는 말이 아닐 수도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는 ‘압록강을 건넌다’는 의미가 실제 경로와는 관계없이 ‘조선(북한)에 간다’는 비유적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까지 올림픽 성화는 서울에서 평양으로 운반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압록강을 건너 평양으로 간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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