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제안 거부 北, 대화 시도 접고 도발로?

올초부터 계속되던 북한의 대화 공세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을 “가소로운 망상”이라고 비난하는 등 대결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북한의 대화공세는 이달 들어서부터 중단된 상태다. 북한은 백두산 화산 관련 협의를 제의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동해표기와 관련해 남북한 역사학자들간 협력하자고 제의했다. 이어 28일 북한은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비핵화 회담을 남한과도 논의하고 싶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또 ‘3자화법’이긴 하나 카터를 통해 천안함·연평도 희생자들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대화재개 문턱을 낮추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무엇보다 한중이 합의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 방안(남북대화→북미 대화→6자회담)을 북한이 수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대화재개 모멘텀이 탄력을 받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와 맞물려 우리 정부 또한 비핵화 문제 관련해 북한에 대화제의를 한 상태다.


대북 전문가들 역시 다양한 채널을 통한 북한의 대화공세 및 6자회담 관련국들의 활발한 움직임 등을 통해 대화재개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러나 지난 9일 이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를 전제로 김정일을 내년 3월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하고 싶다는 제의를 거부한 이후 북한의 대남정책이 대결적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남북 대화재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던 남북간 백두산 화산 전문가 회의도 북한의 태도 돌변으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북한의 태도 변화는 남한이 대화재개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천안함·연평도와 관련한 조치를 받아드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평통은 천안함 및 연평도 포격 도발 사과 요구에 대해 “대화를 하지 않고 우리와 끝까지 엇서려는 흉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남한의 대화제의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을 거부한 것은 향후 대응 전략을 짜기 위한 시간벌기용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은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대남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북한이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와 같은 직접 도발보다는 3차 핵실험으로 핵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미 두 차례의 핵실험을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잃을 것이 별로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김 교수는 “북한이 현 상황에서 도발을 통해서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카드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북한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 대화공세보다는 대결국면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외교가에선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가 조만간 평양을 방문해 최종 조율을 마칠 예정이기 때문에 향후 북한의 태도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화 재개와 관련한 북중간 논의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대결 자세로 선회했다고 판단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도 북한이 ‘베를린 제의’를 사실상 거부한 것에 대해 “어떤 반응이라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부정적으로 나왔다고 해서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라고 밝히며 여지를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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