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일본의 탈북 단체 회원들이 북한 수용소에 갇힌 가족들을 보호해달라며 인신보호 구제를 법원에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북한 수용소와 관련한 인신구제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정재우 판사는 A씨 등 탈북자 2명이 함경남도 요덕수용소에 수용된 가족 4명을 대상으로 낸 인신보호 청구를 각하했다고 26일 밝혔다. 각하는 소송·청구가 부적법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아예 내용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절차다.
A씨 등은 올해 7월 “가족들에 대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위법한 수용을 즉시 해제하라고 명령해 달라”며 인신보호 구체를 신청했다. 인신보호 구제란 주로 정신병원 등의 시설에 불법으로 갇힌 사람들이 법원에 구제를 요청하는 제도다.
소송을 주도한 ‘자유통일 탈북단체 협의회’는 “헌법상 북한도 대한민국 영토이고 북한 주민도 우리 주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 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 사건을 심리할 관할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인신보호법은 수용이 위법한지 판단하기 위한 각종 심리 절차를 규정하는데, 북한에 수용된 주민들에 대해서는 이 같은 절차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 당사자들이 예측 가능성 및 적정한 재판 결과를 담보하기도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석방을 명령해도 강제할 수단이 없어 재판의 집행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인신보호법 제4조는 ‘구제청구를 심리하는 관할 법원은 피수용자나 수용시설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 또는 지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정 판사는 일본 내 탈북자단체 ‘모두 모이자’ 대표 가와사키 에이코(74) 씨가 1959년부터 1984년 사이 북송선을 탔던 9만 3340명에 대해 낸 인신보호구제 청구도 각하했다. 가와사키 씨가 피수용자들의 이름과 수용장소를 특정하지 못했고, 청구 자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