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前현대전자 대표 ‘대북송금’ 50억 배상”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라 회삿돈 1억달러를 대북송금용으로 보낸 박종섭 전 현대전자 대표이사가 50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김수천 부장판사)는 하이닉스반도체 영국법인이 박 전 대표를 상대로 50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2000년 현대그룹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사업권을 독점 취득하기 위해 정부 및 북한과 협상을 벌였고 그해 5월께 현대그룹이 북한에 미화 4억5천만달러를 송금하기로 남북간 합의가 이뤄졌다.

정 회장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현대그룹 계열사들에게 이 돈을 나눠 송금하도록 했고 현대전자는 1억 달러를 맡았다.

현대전자는 자회사인 미국법인 등에 1억 달러를 현대건설 계좌로 보내게 했고 미국법인 등이 현대건설 측에게 1억 달러를 빌려준 것으로 회계처리가 됐다.

이후 1억달러의 대여금 채권을 넘겨받은 하이닉스 영국법인은 현대건설에게 돈을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1억 달러는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현대전자가 편의상 현대건설에게 지급했던 돈”이라는 이유로 패소하자 박 전 대표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현대전자가 소속된 현대그룹의 실질적 경영자이고 박 전 대표가 회장의 지시에 따른 업무수행의 일환으로 송금을 지시하기는 했지만 박 전 대표도 현대전자의 대표이사로서 회사에 불이익을 초래하는 업무지시에 대해서는 이를 거부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 회장의 대북송금 지시를 거부하는 것이 심히 곤란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정 회장은 대북송금용 자금으로 1억 달러를 조달하라고 지시했을 뿐 구체적 조달 방식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에게 재량이 부여돼 있었다”면서 1억 달러의 절반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이 중 하이닉스 영국법인이 청구한 대로 5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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