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용어로 살펴보는 남북 언어 이질화

‘추긴자(교사범)’, ‘참용죄(자격사칭)’, ‘피소자(피고인)’, ‘교양처분(사회봉사명령)’ 올해로 분단 60년을 맞는 남북은 일상 생활용어의 이질화 만큼이나 법률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 8월 발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전(대중용)’을 보면 그 차이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법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장명봉 국민대 교수가 최근 대중용 법전에 등장하는 북한 법률용어를 남한 사람들이 알기 쉽게 풀이한 ‘조선법전 법률용어 풀이’라는 책을 펴냈다.
북한의 민법은 한자어로 점철된 남한과 달리 우리말로 된 법률 용어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가령 북한은 사기꾼에게 속아서 계약서를 작성한 법률 행위를 ‘속히워서 한 민사법률 행위’라고 부르고 있다.

또 대주(貸主)가 차주(借主)에게 돈이나 물건을 넘겨주고 차주가 동일한 금액의 돈이나 동일한 양의 물건을 돌려주기로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꾸기계약’으로, 대주가 차주에게 사용료를 받고 물건을 빌려주는 계약은 ‘빌리기계약’으로 각각 구분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분단의 장기화에 따른 법률용어의 이질화도 두드러지지만 양쪽 사회가 서로 다른 사법제도를 채택함으로써 빚어진 차이점도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북한은 2심 제도를 채택한 대신 기소 전에 예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예심은 형사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고 조사ㆍ검토함으로써 피심자(피의자)의 형사 책임을 밝히는 형사 소송 단계를 일컫는 말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우리의 수사관에 해당하는 수사원과 예심원을 별도로 두고 법률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장 교수는 “이 책이 북한 법률용어를 바로 알도록 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며 아울러 오늘의 북한 사회를 진단하고 정책 방향을 전망하는 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훈닷컴刊. 284쪽. 2만8천원)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