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그 주장, 北인민의 마음입니다”

22일 ‘좋은 벗들’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북한인권개선과 개발원조정책’ 전문가 토론회에서 법륜스님께서 주장하신 내용들이 너무도 지당하기에 이 글을 드립니다.

토론회에서 법륜스님께서는 이렇게 주장하셨습니다.

“북한의 근본적인 체제변화 없이 북한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허구이며, 북한주민들의 생존권뿐 아니라 정치 시민적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민주화 되어야 합니다.”

이 주장을 접한 저는 법륜스님께서 우리 탈북자들과 북한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지난날을 돌이켜 봅니다.

스님의 조사자료가 북한인권운동가로 이끌어

스님에 대한 소식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1998년 중순경입니다.

당시 저는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에서 사경을 헤매던 처지였습니다. 어느 날 지인을 통해 얻은 한국의 어느 일간지에서 법륜스님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기사 내용은 연변지역의 탈북자들을 찾아다니며 북한내 지역별 식량난 실태, 중국 내 탈북자 생활 및 인구조사 등에 관한 조사 자료였습니다.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북한을 탈출하여 생존을 위해 헤매는 재중 탈북자들이 30~35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자료였습니다. 그 통계자료를 보며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지를 헤매는 재중 탈북자들이 나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 이처럼 많은 탈북자들이 발생하게 된 원인, 북한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는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 탈북자로서 의무와 사명 등등 많은 것을 생각케 하였습니다.

스님께서 그 조사자료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고를 했을까 생각도 했습니다.

당시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중국공안이 탈북자들을 색출하여 북송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더구나 천안문 광장에 결집하려는 파룬공 사람들을 색출하여 집회를 원천봉쇄하려는 중국공안들의 활동으로 매우 위험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수백 명의 탈북자들을 일일이 만나서 조사를 하였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스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스님의 그 자료가 있어서 저는 탈북자와 북한주민들을 구원하기 위한 인권활동에 첫발을 디디기 시작했습니다.

탈북자인 저는 30여 년간 북한에서 살았고, 중국공안에 체포되어 북송되고 옥살이도 하면서 북한 주민들 생존문제의 기본원인은 독재체제에 있음을 체험으로 느꼈습니다. 그러나 인간을 사랑하는 스님에 매혹을 느껴 북한주민을 도와주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북한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구출하자! 북한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RENK)의 이영화(간사이대 교수)님이 ‘무지개 다리’라는 명의로 수백 톤의 옥수수를 함경북도 은덕군에 무상지원을 하는데 동참했고, 한국의 김모 씨를 통해 두만강 국경 녘에 쌀을 날라다 놓고 북한주민들이 밤에 가져갈 수 있도록 조취를 취하기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모두 허사였습니다. 실제로 굶어죽어가는 주민들에게 보내주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김정일 독재체제가 북한주민들의 생존권을 억압하는 조건에서 그 순수한 인권애는 사정없이 짓밟혔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는데, ‘몰래 카메라’로 북한주민들과 어린이(꽃제비)들의 현장 동영상 자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영상 자료를 위해 나의 귀중한 동지 안철씨가 목숨을 건 수차례의 모험 끝에 1998년 9월 기아와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주민들과 어린이들의 생활모습을 촬영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 동영상으로 2001년 10월 18일 런던에서 로리펙 특별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안철씨는 이 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시아인이 되었습니다.

그런 한편 2004년 요덕정치범 수용소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던 강건씨는 인천공항에서 “홍콩에 갔다 와서 만나자”는 짤막한 전화를 남기고 출국한 뒤 북한 보위부의 덫에 걸려 연변에서 납치되어 북한으로 끌려갔습니다.

스님의 말씀에 환호성을 올립니다

2000년 한국에 입국한 저는 법륜스님은 과연 어떤 분이실까 생각하며 스님이 참석하는 토론회에 여러번 참가해 보기도 했습니다. 또 종종 ‘좋은 벗들’에 상근하는 탈북자 홍익 씨를 통하여 소식도 들어 왔습니다.

사실 저는 토론회에 참석하여 스님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북한에 식량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당한 말씀을 긍정하면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체제의 변화가 없는 환경에서, 생존권이 그 체제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는 조건에서 대북식량지원의 의미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2일 토론회에서 “북한주민들의 생존권뿐 아니라 정치 시민적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민주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스님께서 북한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기본원인은 자연재해도 아닌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셨구나 하고 말입니다. 드디어 2천3백만 북한주민들의 한결같은 마음을 읽으셨구나 하고 말입니다.

이런 주장이 너무도 소중하기에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에 체류하면서 처음으로 법륜스님을 존경하던 그 마음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님의 말씀에 환성을 지르며 소박한 글이나마 다소곳이 올려봅니다.

이주일 논설위원/ 평남출신 2000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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