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이번 대선을 ‘친북좌파와의 대결’이라고 규정한 발언의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색깔론까지 들먹이며 이념논쟁으로 비화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예비후보는 30일 “지금이 어느 때인데 친북좌파 색깔논쟁으로 이번 대선을 이끌려 하느냐”며 “(이 후보 발언에 의하면) 우리가 빨갱이가 됐다. 우리가 빨갱이인가”라고 반문했다.
정동영 예비후보도 “이번 대선은 평화 대 전쟁불사세력간의 대결이다”며 “(이 후보는)민족·개혁세력을 친북좌파로 보는 시대착오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탁 민노당 대변인은 31일 “이 후보가 이제 불끄기에 급급하다”며 “이 후보 뒤에는 정치 소방수 수십 명이 대동해야 하고 필요한 대변인이 있다면 지우개 대변인일 것”이라고 힐란했다.
이처럼 ‘친북좌파’ 발언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자 이 후보도 진화에 나섰다.
이 후보는 30일 당 연찬회에서 “과거 방식은 털어 버리고 미래 지향적인 진정성 있는 일을 하겠다. 형식을 타파하고 진보∙보수를 뛰어넘어 실용적으로 국민의 요구를 하나씩 수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범여권의 이념공세에 갇히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범여권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손 후보 측 우상호 대변인도 “미 대사 앞에서 ‘색깔론’을 펼친 이후보의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 후보의 발언 배경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과 범여권의 비난 공세와 남북정상회담 쇼크를 최소화 하기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 후보의 실용주의적 접근에 대해 당 내에서 불만도 터져 나왔다. 대표적 강경보수파인 김용갑 의원은 31일 “이 후보의 이념성향을 좌측으로 줄곧 의심해 왔는데 ‘친북좌파 발언’은 이 후보의 정체성에 대해 웃어야 할지, 의심해야 할지 정말 헷갈리게 한다”며 “색깔이 왔다 갔다(해서) 너무 어지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한나라당 후보가 이념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온탕∙냉탕을 왔다 갔다 한다면 어떻게 되겠냐”며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