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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남북정상회담이 28일부터 3일간 평양에서 열린다. 정치권은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열리는 정상회담이 미칠 파장과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 세우는 모습이다.
이명박-박근혜라는 걸출한 스타를 보유한 한나라당에 밀려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있는 범여권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나라당 대세론에 제동을 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범여권은 정상회담 개최에 남다른 공을 들여왔다. 정상회담 외에 판세를 바꿀 반전 카드가 없다는 것도 있었지만, 정상회담이 정국을 뒤흔들 수 있는 대형 ‘사고’가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안희정씨의 대북 접촉으로 ‘대북 비밀특사’ ‘밀실∙구걸 외교’라는 여론의 뭇매로 잠시 주춤했지만 북핵 ‘2∙13합의’ 이후 다시 “남북문제를 주도해야 한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3월 이해찬 전 총리가 방북한 데 이어 김혁규 의원이 지난 5월 열린당 방북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했고, 북한통인 이화영 의원 등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공식 비공식 석상에서 “8∙15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이번 대선을 ‘평화세력 對 전쟁세력’, ‘민주 對 반민주’ 구도로 몰아가려는 전략을 밝힌 범여권은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편 가르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풍’을 타고 한나라당의 독주에 강한 제동을 걸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범여권 지지층 결집 효과 기대
2000년 당시 남북정상회담에서는 6·15공동선언이 발표됐다. 국민들은 이제야 본격적인 남북화해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남북화해와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국민 대다수를 햇볕정책 지지자로 만들었다. 당시 국민의 정부 대북정책을 지지한다는 여론이 90%에 달할 정도였다.
이번 회담에서도 범여권은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구체화, 개성공단 확대,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등에서 일정한 성과를 낸 이후 차기 정권에서 ‘계승’이 중요하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에서 ‘합의’하고 차기 정권에서 ‘이행’을 강조해 범여권 대선주자의 대선 승리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민병두 열린당 의원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앞으로도 남북평화 기조를 이어갈 정권이 탄생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정치적 판단의 변화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북한 역시 대선 개입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해왔다. 각종 선전매체를 통해 ‘反 보수대연합’을 노골적으로 밝혀온 북한이 범여권에게 어떤 깜짝 선물을 전해줄지도 관심사다.
범여권의 이같은 바람과 달리 정치권은 이번 정상회담이 적지 않은 역풍에 시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범여권 지지층 결속과 함께 ‘대선용 기획 정상회담’이라는 반대 급부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 대선주자 일제히 공적 싸움
민주신당 임종석 의원은 “대선이 임박한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정상회담 정례화, 평화구상, 경제공동체 등의 문제가 논의되지 않는다면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이번 회담의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일제히 자신의 기여도를 강조하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난 5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면서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룩한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자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번 회담은 나와 김정일 위원장간의 6∙17면담에서의 합의 정신이 구체화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친노(親盧) 대선 주자 이해찬 전 총리는 “그 동안 남북정상회담의 개최가 마련되기까지 남북간 대화와 소통, 남북간 상호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기여한 것에 대해 열린우리당 동북아 평화위원장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