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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범여권 단일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갈 경우 11월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11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 주최 토론회에서 “북한은 (정상회담 수용에 앞서) 서울의 정치상황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남 교수는 이날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다만 여권 후보가 국내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현금지원이든 뭐든 동원해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실력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현금의 추억’이라고 폄훼했다. 이어 “현금(cash)이라는 단어 이외 무슨 말이 필요하느냐”며 “1차 남북 정상회담은 (정상회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대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현금의 추억’을 갖고 있는 김정일은 절대 공짜로 남북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상을 탄 것에 대해 그 상금을 언급하는 북측 인사가 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남 교수는 “북한은 정상회담을 통해 남한 정부가 얻는 혜택을 잘 알고 있어 현금문제가 풀려야 정상회담을 얘기할 것”이라면서 “최근 현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이 아닌 4자 정상회담으로 화두를 변화시킨 것은 ‘현금 대가’ 문제에서 윤곽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남 교수를 비롯,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김학성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교수, 정현곤 민화협 사무처장 등이 참석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특히 남 교수의 ‘현금의 추억’ 발언과 관련, 김연철 교수는 “정확히 말하면 정상회담 당시 현금지원문제는 현대건설과 관련돼 있는데,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정부인사들이 중심이 돼 돈을 주고 이야기 한다는 특검 결과와도 다르다”고 반론을 폈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정부 예산이 안 나왔다고 해서 현금지원이 정부와 관련이 안 된 것은 아니다”면서 “산업은행과 국정원 등 정부가 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응대했다.
토론회 사회자를 맡은 김영수 서강대 교수도 “평양 김정일은 누구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생각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대한민국에서 받고 싶어하는 것이지 누구를 통해 현금을 받았는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남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노무현 정부는 지금 남북 정상회담의 칼을 뽑고 싶을 것이고, 북한의 반(反)보수대연합 노선도 변함없다”면서 “북한에게는 현금지원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미래를 위해 한나라당 후보가 선택되지 않게 하기 위해 (현금지원 없이도) 정상회담에 호응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안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공통적 시각을 보였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각자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김학성 충남대 교수는 정상회담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정상회담 주최자들도) 1차 정상회담의 결과를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상회담이 정치적으로 이익을 갖다주기보다 잘못하면 도박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곤 민화협 사무처장은 “통치의 관점에서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일의 통치력이 어떻게 발현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