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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범여권 합류를 공식화했다. 전날 손 전 지사는 김근태 전 의장이 추진해온 ‘대통합’과 ‘대선주자연석회의’ 구상을 지지하면서 범여권 합류를 선언했다.
그 동안 손 전 지사는 ‘선진화평화연대’를 통한 독자세력화에 주력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손 전 지사의 전격 합류 선언은 범여권 통합과정에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손 전 지사가 당장 부딪쳐서 해결해야 될 문제도 적지 않다. 그 동안 범여권 지지율 1위를 유지하면서도 한나라당 ‘출신’과 ‘탈당=배신자’라는 꼬리 때문에 범여권 경선 승리조차 장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합류 선언’이 바로 ‘굴러온 돌’이라는 이미지를 벗겨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경선 최대 라이벌인 정동영 전 의장과 이해찬 전 총리가 손 전 지사를 공격하면서 이 부분을 빼놓치 않고 있다.
손 전 지사의 범여권 합류 선언에 가교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문희상 전 의장도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것은 벗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손 전 지사는 당분간 출신성분 세탁을 위해 친여 행보를 가속화하고 열린당 탈당파를 중심으로 ‘세’를 결집시켜 나가고 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 측은 “단순한 합류가 아닌 통합을 적극 주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손 전 지사가 26일 정 전 의장을 전격적으로 만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통합’이라는 큰 물줄기를 통해 약점을 희석화하겠다는 ‘물타기’전략인 셈.
여기에다 그 동안 대립해왔던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세력과의 관계 정립도 숙제다. 정치권에서는 손 전 지사가 본격적으로 대통합에 나서게 되면 앞으로 이해찬 전 총리 등 친노 주자들과의 경쟁을 비롯해 노 대통령의 ‘때리기’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손 전 지사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두가지다. 참여정부의 공과를 인정하고 노 대통령과 거리를 좁힐 것인가 아니면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부각시키며 ‘비노’ 전선에 올인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참여정부의 오점을 끌어안아야 하고 후자의 경우 노 대통령과 친노주자의 협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부담이 있다.
또한 손 전 지사의 범여권 합류 선언은 ‘대통합’을 주장해온 열린우리당과 탈당파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가져온 반면, 27일 통합민주당의 출범을 앞둔 통합신당과 민주당에는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불러왔다.
열린당은 “손 전 지사의 결단은 대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수용한 것”이라며 적극 환영한 반면, 중도개혁통합신당(이하 신당)은 “열린우리당 중심의 판 짜기로는 한나라당에 정권을 갖다 바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박상천 대표의 지시로 일절 공식 논평을 하지 않은 채 손 전 지사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하긴 했으나,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따라서 손 전 지사가 ‘대통합’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열린당 중심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소통합 파’와의 간격 해소에 분명한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못할 경우 열린당 중심의 ‘대통합 파’와 ‘소통합 파’ 사이에 끼여 그 동안 다져왔던 존재감 조차 반감되는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범여권의 고민은 통합도 통합이지만 본질은 지지율이 극히 낮다는 데 있다. 5∼6% 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손 전 지사의 합류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범여권에게 활력소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