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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발언과 범여권의 잇따른 방북 러시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 정리작업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7일(한국시간) 중동국가를 순방한 자리에서 쿠웨이트 주재 허종 북한대사에게 “가시거든 전해주세요. 진심으로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전해달라고 한 ‘진심’의 내용이 단순한 인사치레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해석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진심으로 전해달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의 의미에 대해 “우리가 진심으로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에 전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노 대통령과 범여권의 최근 행보를 고려할 때 이같은 언동이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의 메시지가 ‘대북정책의 진정성’을 전하려는 의도가 분명하지만, ‘진심’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은 김정일의 마음을 움직여 보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남북협력’에 기초한 대북정책으로의 수정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도 남북정상회담 연내 개최에 반대했던 입장에서 선회, ‘非 대선용’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이다. 범여권 에서는 정치적 의도라는 ‘수렁’도 메워버린 셈이다.
노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아리비아 동포 간담회 자리에서 “대북지원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서 “친미도 하고 친북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국내에서 그 동안 ‘정상회담 하라’고 여러 사람이 졸랐지만 제가 하기 싫은 게 아니고 여건상 하려고 노력하려 해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제 말이 맞지 않았느냐”고 말해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또한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씨도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북한 리호남 참사를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일단 안씨가 남북정상회담 관련 사전 논의와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면서 부인하고 나섰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아 더욱 그렇다.
안씨와 리 참사의 만남을 주선한 권오홍 씨는 한 주간지에 공개한 비망록을 통해 “안씨가 리 참사와 만난 자리에서 ‘공식라인을 살려서 특사 교환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며 “리 참사는 ‘확정 회담’이라는 과정을 거쳐 특사와 정상회담을 진행하자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전 총리가 방북과정에서 4자 정상회담을 언급한 데 이후 범여권의 방북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임종석 의원은 22일부터 4일 동안 민간단체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재단 관계자 등 150여 명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그는 8월 전에는 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세균 열린당 의장을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 통일부 관계자, 현대아산 관계자 등 80여 명은 26일 개성공단을 대규모 방문했다. 또한 정동영 전 의장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등 범여권 인사 3명은 28일 개성을 방문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범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방북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분위기 띄우기”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며 경계하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안희정 씨와 북측 인사간의 만남과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을 거론하면서 “노무현 정권이 남북정상회담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나 대변인은 “물증이 드러난 이상 정상회담 추진 내역을 감추려 하지 말고, 추진 일정과 내용을 밝히고 (정상회담의)대가로 어느 수준의 대북지원을 약속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노 대통령의 ‘친미도 친북도 해야 한다”는 최근 발언에 대해 “노골적인 친북노선을 미국을 끌어들여 교묘하게 합리화하는 논법, 궤변일 뿐”이라고 힐란했고, ‘진심으로 한다’는 발언에 대해선 “누구를 위한 진심이냐”면서 “북한의 반개혁, 반개방, 독재체제의 공고화를 위한 진심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