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영하 20도…양강도 혜산 농민들 ‘겨우살이’ 걱정에 발 동동

북한 양강도 혜산시 강구동 (압록강 남쪽)일대 위성사진. /사진=구글지도 캡처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등 맹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농촌지역 주민들이 월동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걱정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작황이 좋지 않은데다 삼지연군 꾸리기 사업 등의 명목으로 당국이 물자를 거둬가 자녀들의 솜 신발조차 사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양강도 혜산시에서 장사를 하는 주민들의 경우에는 나무나 석탄, 김치, 겨울옷 등 비교적 월동준비를 해놨지만 농촌지역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올해 농사가 잘 안돼 12개월분 식량분배 중에 1개월분도 받지 못한 집이 다수”라며 “실제로 강구동의 한 농촌마을은 겨울식량은 고사하고 현재 김치도 하지 못한 집이 70%에 육박한다”고 부연했다.

여름 내내 텃밭이나 산지에서 땀 흘리며 고생해 옥수수와 콩을 얻긴 했지만, 춘궁기(春窮期) 때 빌렸던 것을 갚고 나니 남은 것이 거의 없어 농민들 사이에서 ‘겨울이 깊어가는 것이 두렵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 당국이 곡물·축산물 의무 수매와 삼지연 꾸리기 지원 등을 이유로 거둬가는 탓에 혜산의 농민들은 ‘자식에게 솜 신발마저 사주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이 비단 농민들에게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실제 소식통은 “국경지역 군인들의 상황도 비슷한데, 현재 국경경비대는 월동준비를 원만히 했지만 일부 군부대는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당국은 국경경비대에 솜 동복과 솜 동화, 겨울용 발싸개, 겨울 내복 2벌, 겨울 장갑 등 혹한의 겨울을 나기 위한 의복 제품들을 새로 나눠줬지만, 혜산에 주둔하고 있는 12군단 군인들에게는 겨울 피복을 공급하지 않았다.

이에 12군단의 군인들은 작년에 입었던 다 해진 옷을 손질해 입고 있는데, 그 행색이 어찌나 남루한지 이를 본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거지가 따로 없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12군단 예하의 제43스키경보병여단에는 솜 장갑과 솜 신발이 공급됐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많은 산을 오고 가야하는 해당 여단의 특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겨울 용품은 공급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식통은 “국경경비대는 자체적으로 중대마다 배추나 무 농사를 지어 염장이라도 해 놓고, 올해 콩 농사도 지어 작년보다 수확량은 적지만 그런대로 조금 가지고 있기도 하다”면서 “반면에 12군단은 식량 공급도 없을 뿐더러 비축한 것도 없어 군관의 가족들이 일반 주민들의 살림집(주택)까지 와서 빚을 지고 양곡을 빌려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12군단 군관들의 형편이 이 정도면 군인들은 말도 안 되는 열악한 사정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