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 희생자를 추도하며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대학 총장과(좌)대학 경찰 총장 (우)/연합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사상 초유의 학원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30여명이 넘는 학생과 교수가 차례로 범인의 총탄에 숨져갔다. 총격범은 마치 처형절차를 밟듯이 집단 살해를 감행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총격사건 소식을 처음 접하고 국가와 인종을 떠나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 사상자와 그 가족들, 전체 미국 국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

그러나 이후 들려온 소식은 우리를 엄청난 충격으로 몰아 넣었다. 미국 경찰은 총격범이 한국인 교포 유학생 조승희라고 밝혔다. ‘총격범은 한국인’이라는 헤드라인 뉴스가 전세계로 타전되는 동안 우리는 온몸으로 슬픔과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총격사건 하루가 지난 지금도 마치 모든 한국인이 내 가족의 죄인 듯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이러한 충격과 고통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향후 이 충격적인 사건의 경위가 정확히 밝혀지겠지만, 우리는 이번 총격 사건은 한 젊은이가 자신의 좌절을 사회적 분노로 표출한 행위라는 점에 유의한다.

아직까지는 사건의 전말에서 국가적, 인종적 분노가 표출됐다는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테러와도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총격전을 국가적, 인종적 편견을 갖는 계기로 삼아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도 무고한 시민이 죽게 되는 폭력과 살상, 테러를 반대한다. 우리가 북한 주민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것도 부당한 폭력, 맹목적 테러, 종교적∙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힌 충돌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은 비록 그 원인이 지극히 개인적이긴 하지만 인류가 퇴치해야 할 광기의 폭력이다.

이번 사건을 국가나 인종의 문제로 비화시키는 시도가 있어서는 안된다. 총격사건이 미국 내 반한 감정으로 확대되거나 또 다른 폭력사건의 빌미가 되어서도 안 된다. 피해자와 가해자로서가 아니라 부당한 폭력과 살해를 반대하는 연대의 정신으로 미국 국민과 한국 국민이 서로를 쓰다듬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다시 한번 총격사건의 희생자와 가족들, 그리고 미국 국민들에게 인류애의 견지에서 깊은 애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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